글과책/수필집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2023.11.14찰리 채플린이 그랬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씁쓸한 문장이다. 같은 말인데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가까이서 본 삶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하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인생은 희극적일 수 있다. 오늘 바라본 오늘 치의 삶은 슬프거나 비극적일 수 있지만, 먼 훗날 바라볼 때의 오늘은 쿡쿡 거릴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느끼는 어려움을 폄하하거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주문 같은거다. 이 어려움은 곧 끝날 것이고, 그땐 웃으며 시간을 흘러보낼 수 있으리라. 무엇인 지는 몰라도 값진 것을 얻을거라고. 요즘 한쪽 끈을 놓지 못하고 염려하는 나를 위해 키보드를 꾹꾹 누르며 메모를 남긴다. 끝은 꼭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간은 정말 곧 끝날..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생각을 달리한다면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생각을 달리한다면
2023.11.14최근에 사고를 쳤다. 무례한 언행을 하기도 했고,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던진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실망스런 모습을 상대방을 통해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에 더 괴로웠다. 사회 생활이 박살나는 느낌을 받았다. 동글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아쉬움과 속상함,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열심히 들어주고 나를 정성껏 위로해줬다. 그리고 곧 괜찮을거라며 이렇게 말해줬다. - "인생 망한 기분이야" - "일이 꼬이게 된 건 안타깝긴 하지만, 이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서 새로운 전략을 짜보자. 일단 지금 상황은 상황대로 받아들이고. 원망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존버를 하든 새길을 찾든 말야" - "근데 멘탈이 바사삭이야 지금" - "이게 또 어떻게 풀릴 지 몰라. 그리고 지금 상황은 더 안좋아질 상황도 없..
언젠가 꿈을 꾸는 고양이
언젠가 꿈을 꾸는 고양이
2023.11.14어느 여름날 울산의 한 바닷가에서 그 고양이는 태어났다. 평범한 코리안 숏헤어 종의 핑크 발바닥을 가진 치즈태비. 울산의 바닷가는 습하고 또 시끄러웠다. 어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배가 고파 보이는게 없었던 고양이의 발걸음은 시끄러운 차도를 건너 어느 해수욕장까지 닿았다. 제대로 씻지 못지도 못해 검은 코딱지와 딱딱한 눈꼽이 낀 고양이는 그 곳에서 잠이 들었다. 고양이가 눈을 뜬 그 곳은 어느 박스 안이었다. 습하지 않았고, 백색 소음같은 TV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시끄러운 여자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고양이는 이 여자 아이에게 냥줍을 당한 것 같았다. 여자 아이의 쓰다듬을 받으며 아기 고양이는 다시 잠에 들었다. 여자 아이의 손은 조금 축축했지만 아주 조심스..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
2023.11.13자기만의 기준을 높게 잡고 주변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1년차 때 부센터장님이 해준 말이었다. 그 이후 따로 인연은 없없지만, 내 마음 속에 계속 새겨두는 말이 되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평온함을 유지하고, 남들이 잘했다 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에 더 잘하도록 다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5년차가 된 지금,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나를 알아주지 않을 까봐하는 마음은 아직 달랠 수가 없는 것 같다. 팀에서 나는 작은 소식 하나에도 크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보너스 액수 같은거. 기대했다가도 금방 실망한다. 동료들은 나를 놀리면서 '일희일비의 표본'..
확실한 삶을 사는 방법
확실한 삶을 사는 방법
2023.11.13드뷔시를 듣는다. 고상하고 싶어 듣는 건 아니고 최근 들어 서사가 있는 음악에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클래식을 듣지 않는 날이면 공간이 조용해질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 적막은 무언가가 제 자리에 정돈된 느낌을, 차분한 느낌을 준다. 같은 이유로 밤에는 창문을 열어 조용히 차만 지나가는 도로를 본다. 바깥을 내다보는 내내 바람이 살랑거린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 차이를 맞으며 뒤에서 앞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사는 건 참 규칙적이고 자연적이구나' 생각이 든다. 예전엔 쿵짝거리는 힙합이나 인디를 들었는데. 요즘엔 왜 이런 것들이 당기는지. 조심스럽게 '나이가 든 건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니다. 생물학적 노화로 없던 게 갑자기 생기는 건 주름만으로도 ..
귀여운 삶의 의미
귀여운 삶의 의미
2023.11.13인스타그램 꿀김(ggul_gim)님 작업물 인간의 본성, 날것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선도 투박하고 어린애가 그린 것 같은 어설픈 그림체. 그렇지만 어린애같지 않은 문장과 내용들. 그 속 문장에는 내 편이 되어주는 다정한 이야기가, 나를 지탱해줄 묵묵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나의 귀여운 친구 젤리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그림들을 찾아 종종 본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곤 한다. 어느 날 바뀐 젤리의 프로필을 무심코 확인하다가 나는 불시에 따뜻함을 선물 받는다. 날 것의 감정들이 옛날보다 많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혐오하고 편 가르는 날 것의 감정이 있는가 하면, 응원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줄 감정들도 빛을 내고 있다. 물론 이 감정들은 혐오보단 힘이 약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선배가 되고싶다
선배가 되고싶다
2023.11.02작년 1월 우리 실에 신입 2명이 들어왔다. 중고 신입인 요우님과 갓 대학 졸업하고 입사한 샤오님이었다. 둘다 옆 팀이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다. 우리팀 코가 석자인데 무슨. 게다가 경력으로 들어오거나 계약직으로 시작하신 분들은 공채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니까, 농담으로라도 공채가 공채 챙긴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분들과 나는 어색한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분들과 다시 마주치게 된 건 런칭 즈음이었다. 당시 우리 실 실무자 중 런칭 경험이 있는 건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이벤트 라이브나 배너 스케쥴링 등의 일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었다. 원래는 옆팀 업무이기도 했어서 '백업'이라는 이름으로 실무자가 붙었는데, 그 분이 공채로 들어온 샤오님이었다. 런칭과 업데..
마음의 그릇을 비울 수 있다면
마음의 그릇을 비울 수 있다면
2023.10.30마음의 그릇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이란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평온한 상태로 어떤 극에 달하지 않는 마음가짐의 총량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친구 젤리가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불렀다. 생소한 직무 이름이 있어 학교 선배에게 물었더니 '너는 거기 서류 광탈이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울해했다며. 나는 그 이야기를 천천히 듣고 정성들여 젤리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애착과 책임감에 대해서, 그리고 스스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어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것을. 너는 전혀 부족하지 않고, 선배가 젤리의 일하는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본인만의 목표를 높게 잡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같은날 회사..
우주 여행자의 하루(A day of Cosmo-Rider)
우주 여행자의 하루(A day of Cosmo-Rider)
2023.10.27박민규 작가 를 필사를 엮은 수필입니다. -2015. 08. 15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라고 했더니 책 두 권을 보내줬다. 그것도 벌써 일년 전, 하나는 임레 케르테스의 이었고 다른 한 권은 박민규 소설 였다. 지적 허영심이 하늘을 찔렀던 나는 주저 않고 운명을 꺼내들었다. 죽음의 수용소같은 느낌, 그리고 100페이지도 읽지않고 그대로 덮어버렸다. 일년이 지났다. 그리고 사흘 전부터 나는 카스테라를 읽고 있다. 지구를 떠나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제임스 라벨- 그러니까-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코스모를 여행하는 우주인의 하루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책의 한 구절을 읽으면서 이 글을 안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써야겠다,가 아니었다...
나의 천성
나의 천성
2021.07.06남들이 볼때 나는 조용한 편이지만, 사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소문을 떠벌리는 편은 아니지만, 은근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남들을 깔보거나 평가하지는 않지만, 남들에게 우월해보이고 싶어 한다. 모두가 그렇지 않냐고? 글쎄 왠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다행히 집에 오면 이런 수다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 매일 밤 나는 동글이에게 내 친구에 대해, 직장 동료에 대해,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떠든다. "그랬지뭐야"하는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내가 접한 것들에 대해 내멋대로 떠든다. 다만 나는 달변가가 아니기 때문에, 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쌓여있기 때문에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시하게 이야기를 끝내기도 하고, 중간에 싫증..
물놀이가 필요해
물놀이가 필요해
2021.06.28할 건 있는데 움직이기는 귀찮았던 일요일이었다. 동글이가 짜장면을 먹자고해도 내키지 않고 게임도 지루하기만 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청소를하고 환기를 했는데도 무료함이 가시길 않았다. 그렇게 오후 다섯시쯤 되었을 때, 나를 배려하는 동글이를 따라 산책에 나섰다. -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 "없어" - "커피들고 죽전까지 갔다올까?" - "응 좋아" - "창문은 닫을까? 아니면 열어놓을까?" - "열어놓자, 환기 했는데" 짤막하게 대답하고, 동글이가 사준 수박 주스를 쭉쭉 빨면서 정평천을 걸었다. 처음엔 바람이 불더니, 점점 습한 기운이 올라왔다. 게다가 깨끗한 물에만 산다고하는 그 티끌만한 벌레 떼들. 얘네는 날거면 훨씬 위로 올라가거나 아예 아래로 내려갈 것이지, 왜 사람 얼굴이 있는 그 ..
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2021.05.09사회 생활을 하면 안맞는 사람과 계속 부딪히며 일해야되는 상황이 온다. 좋은게 좋은 거라 받아주었더니, 어느샌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상대방을 발견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머릿 속으로 차갑게 대하는 나의 태도를 상상하다가, '어짜피 봐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도 저도 못하고 피하게만 된다. 내가 문제일까, 저 녀석이 문제일까 저울질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암의 원인인 것 같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한바탕 욕을 붓는다. 그러던 중 그저께 읽은 에세이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색해 질 수는 있지 않나? 확실히 그 자식과 언쟁하거나 싸우는 것은, 사회라는 필드에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색해지는 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