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생각을 달리한다면
최근에 사고를 쳤다. 무례한 언행을 하기도 했고,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던진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실망스런 모습을 상대방을 통해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에 더 괴로웠다. 사회 생활이 박살나는 느낌을 받았다. 동글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아쉬움과 속상함,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열심히 들어주고 나를 정성껏 위로해줬다. 그리고 곧 괜찮을거라며 이렇게 말해줬다.
- "인생 망한 기분이야"
- "일이 꼬이게 된 건 안타깝긴 하지만, 이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서 새로운 전략을 짜보자. 일단 지금 상황은 상황대로 받아들이고. 원망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존버를 하든 새길을 찾든 말야"
- "근데 멘탈이 바사삭이야 지금"
- "이게 또 어떻게 풀릴 지 몰라. 그리고 지금 상황은 더 안좋아질 상황도 없다는 거잖아. 미련 없이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거야. 그리고 오늘 하루는 충분히 우울해 해. 자연스러운 거잖아"
- "그치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거야"
- "너무 낙심하지마, 일이 어떻게 되든 나는 뭔가 더 좋은 흐름으로 가게 될 거라 믿어. 저녁에 치맥하자"
어떤 어려움에도 '충분히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어'라 마음 먹는 게 참 어렵다고 느낀다.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될지라도 이미 마음 속에 생겨버린 미움이나 부러움같은 것들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도 없어서 그런지, 나는 감정 다스리기에 매번 실패한다.
반면 동글이는 늘 이런식으로 말한다. 부정적인 것도 다르게 생각하면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현재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일방적으로 사실화하지 않는다.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해 둔다. 이 태도는 동글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내가 동글이에게 가장 많이 배우는 점이기도 하다.
연애 초반 우리가 안맞는 것 투성이 일때도 동글이는 나의 좋은 점을 찾았다. 그때 동글이의 말을 빌리자면 서로 다른 점만 볼때는 나의 모든 게 단점, 모자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안좋은 거 말고 좋은 점을 한번 찾아보자'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랬더니 나의 좋은 점이 정말 많이 보였다고 한다. 그 후 우리는 5년 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나는 한참 후에서야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도 동글이는 스스로 속상한 일을 겪었을 때도, 무례한 대우를 받았을 때도 생각을 달리하며 현명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동글이가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행한 일들이 잘 풀리는 걸 옆에서 보게 되었다. 새로운 마음 가짐이 당장의 상황은 못 바꾸더라도, 앞으로 하게 될 선택에는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 가짐은 한 끗 차이 인데, 그 결과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이상 안좋아질 것도 없어'라고 말하는 동글이의 말에 나는 안심을 했다. 이제 무슨 선택을 하든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당장의 어려움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이것 또한 흘러가는 인생의 일부라 생각한다면-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상황을 바라보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은 미래형이다. 이미 지나버린 사건과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과거형의 나를 꺼낼 수 있다.
요즘 많은 것들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우리는 살면서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지혜로운 선택을 하면 된다. 라인홀트 기도문도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일깨우는 만트라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마음 가짐을 알려준 동글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평생 함께 할 소중한 친구가 너여서, 오빠여서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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