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사회 생활을 하면 안맞는 사람과 계속 부딪히며 일해야되는 상황이 온다. 좋은게 좋은 거라 받아주었더니, 어느샌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상대방을 발견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머릿 속으로 차갑게 대하는 나의 태도를 상상하다가, '어짜피 봐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도 저도 못하고 피하게만 된다. 내가 문제일까, 저 녀석이 문제일까 저울질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암의 원인인 것 같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한바탕 욕을 붓는다.
그러던 중 그저께 읽은 에세이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색해 질 수는 있지 않나? 확실히 그 자식과 언쟁하거나 싸우는 것은, 사회라는 필드에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색해지는 건 해볼만 한 대응이다. 대화하는 빈도를 줄이고, 억지로 맞춰주던 웃음을 지우고, 리액션을 줄이는 것들 등등
속을 끓게하던 그 사람은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나에게 티끌같은 존재다. 나의 하루하루는 내가 행복을 느끼기에, 나만의 취미와 여가를 보내기에,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기에도 바쁜 시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풍족하게 쓰기 위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그 사람과 어색해지기를 결심한다.
이 방법은 무시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반응했던 사람들 중, 가장 귀찮았고 대충 대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서, 또는 티끌 같아서 반응에 소홀했던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딱 그정도로 대하는게 좋다. 그 사람과 안좋아져봤자 어색해지는 것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해보면, 찰나인 그 사람과 어색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고려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한창수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다. 벗어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우리는 나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어색해지기를 결심했다. 놀랍게도 그 후부터, 잊을만 하면 계속 떠오르던 짜증과 분노가 씻은듯이 사라졌다. 어색해 지는 것은 생각보다 별 것아니다. 모두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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