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하지만 재미없는 회사 VS 재밌는데 유해한 회사
- 2022년 8월 기록입니다
퇴사를 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누구나 겪는 적응의 과정인 것 같지만 이미 역할이 정해져있는 팀에 비집고 들어오는 일은 다소 에너지가 드는 것 같다. 4년 9개월, 5년 차를 앞두고 최근까지의 근황과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N사에서 K사로 옮겼다. 연봉은 정말 쥐꼬리만큼 올려서 갔다. N사는 비포괄이고, K사는 포괄이라 더 파격적으로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제시된 금액은 크지 않았다. (올해 원천 기준으로는 내가 깎아서 온걸로 볼 수도 있겠다) N사와 K사의 차이는 밑에서 다시 설명할 예정이다.
대감집에서 이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면 성장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이전에 있던 곳은 안정적인 라이브를 하고 있던 중이었고, 탑다운 문화라 막말로 개꿀 빨려면 오지게 해먹을 수 있는 부서였다. 아마 내가 7년 차 이상이었다면 잔류하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고인물 회사에서 고인물 메타 타는 게 뭐가 나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자꾸 뭔가 마음이 덜컥거렸다. '정말 그래도 돼? 제대로 인정받아 보고 싶지 않아?'하는 소리들. 회사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업 PM으로서 A부터 Z까지 해냈다고 자부할 만한 경험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해지자면 A~Z의 과정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사업부가 C~k를 완성하면 나머지는 유관부서가 알아서 해주니까. 게다가 다른 부서와 달리 우리는 주요 의사 결정이 업데이트 하루 전날 탑다운으로 내려오니, 실행자 역할만 하면 되었다. 팀원들끼리는 우리가 마치 용역 회사 직원같다는 농담을 했다. 농담이라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절대적으로 좋지 않다. 회사가 좋다 싫다가 아닌 내 근무 환경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개꿀 빨 수 있지만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 실력없는 시니어가 될 것 같아서. (+ 회사 인센티브 제도도 바뀌어서 원천 유지도 안해줄 것 같고). 여튼 속이 꽉 찬 커리어를 만들수 있는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섰다. 그 후 3월부터 시작해 지원한 직무의 서류를 통과했다. 그 중 네이버는 제대로 준비를 못했어서 결과가 아쉬웠지만, 덕분에 다른 회사 준비를 잘 할 수 있었다.
새로 옮긴 회사는 생각보다 복지와 문화가 괜찮았다. 복지는 이전 수준과 비슷했고 격주마다 놀금도 있었다. 분위기도 전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또 큰 특징이라면 퍼블리셔 특성 상 전체적인 인원 수가 적었다. 개발사랑 이익을 나눠가져야 하는 구조니까, 인력 하나의 비용이 큰 것 같다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여튼 포괄 & 인력 적음 & IP 많음의 결과는 사람들을 정말 밀도있게 일하게 만들었다. (우리 팀 기준으로) 주어진 근무 시간 내 시간 로스 없이 일을 해내기 위해 정말 빠듯하고 치열하게 일한다. 마우스 스크롤 내리면서 시간 보내기? 그런거 절대 없다. 허례허식도 없고 보고도 간결한 편, 리드급도 보고에 집착하지 않고 실무에 집중하는 느낌이 빡하고 들었다. 일을 만들어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실무자의 결정 권한도 많다. 1달 정도 둘러보고 나니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런칭 라이브를 하면 나는 할 줄 아는게 많아지겠다>라는 것을.
하지만 무지무지 재미가 없다. 나는 30대 초반이고,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이거나 40대들도 많다. 이것도 퍼블리셔 특징이겠지만, 경력자 위주로 실무 투입 가능한 인원들 중심으로 채용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우리 팀은 팀장 포함 4명인데, 셋이서 오래한 기간도 있고 나이대가 약간 안맞아서 대부분 대화를 듣고만 있게 된다. 분명 같이 있는데 대화 주체에는 내가 빠져있는 느낌이랄까. 아직 회사 프로세스도 잘 모르다 보니 말하는 업무 내용 따라가기도 바쁘다. 경력 비교만 해도 14년 VS 4년 9개월인데. 시 아무래도 업무 관여/분배도 조심스럽다. 어제는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팀원들의 대화를 듣던 중에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은 분명 사려깊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이게 이직의 적응 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건 최근 오지게 재미가 없다는 거~!
전 회사는 또래들도 많아서 사무실에서도 하하호호 떠들었는데, 여기는 인원 수도 적고 나이대도 조금 어렵다. 참 아이러니하다. 재밌었지만 커리어적으로 유해한 곳과, 커리어적으로 유익하지만 정말 재미가 없는 회사의 밸런스 게임이라니. 회사의 재미 없음을 최근에 같은 회사에서 같은 회사로 이직한 동갑의 지인에게 털어놓았다. 지인도 비슷한 감정이라고 했다. 흡연자인 그 친구는 같이 담배를 피러가도 하늘만 보고 피거나, 아예 따로 혼자 피러 나온다고 했다. 괜시리 나만 그런게 아닌 거 같아서 조금 위안을 얻었다. 아아 귀여운게 잘못인 것 처럼 젊은게 잘못인거야~
여튼 여기까지가 나의 하소연. 얘기하니 속이 시원하다! 앞으로 신작 준비도 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또 친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일은 제대로 배우고, 또 성장하자. 힘내자 디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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