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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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창 올림픽 당시, 꽃집 매출이 꽤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선수 꽃다발용으로 꽃을 많이 샀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올림픽을 보기 위해 장기 투숙하는 관광객들이 자신의 방에 둘 꽃들을 샀다는 거였다. 잠시만 머무르는 곳- 곧 떠날 곳임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자신의 환경을 기꺼이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하루에 8시간 있는 회사 책상도 엉망인데.. 평창의 이야기는 스스로의 삶을 존중했을 때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해줬다.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환경을 알아둘 것, 그리고 기꺼이 그 환경을 만들어 줄 것. 그 후 나의 루틴 중 하나는 시간을 들여 커피를 내려먹는 일이 되었다. 갓 주문한 신선한 원두를 곱게 갈아낸다. 그 후에 나름의 수평을 맞춰 템핑을 하고 투샷을 내린다. 잘 나올 때도 안나올 때도 있지만 커피 향을 느끼며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렸을 때, 꾸덕한 크레마를 바라봤을 때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들여 커피 한 잔을 내린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커피를 내린 다음에는 얼음을 꺼낸다. 적당히 녹으면서도 차가움을 유지할 수 있는 얼음의 갯수는 몇 개 일지 고민하기도 한다. 추출한 원액을 부을 때는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녹아 얼음끼리 '사그락 사그락' 소리 낼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커피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내가 행복해질 순 없지만, 내가 느끼는 행복 중에는 커피를 내리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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