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삶의 의미
인스타그램 꿀김(ggul_gim)님 작업물
인간의 본성, 날것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선도 투박하고 어린애가 그린 것 같은 어설픈 그림체. 그렇지만 어린애같지 않은 문장과 내용들. 그 속 문장에는 내 편이 되어주는 다정한 이야기가, 나를 지탱해줄 묵묵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나의 귀여운 친구 젤리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그림들을 찾아 종종 본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곤 한다. 어느 날 바뀐 젤리의 프로필을 무심코 확인하다가 나는 불시에 따뜻함을 선물 받는다.
날 것의 감정들이 옛날보다 많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혐오하고 편 가르는 날 것의 감정이 있는가 하면, 응원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줄 감정들도 빛을 내고 있다. 물론 이 감정들은 혐오보단 힘이 약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끊어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이런 목소리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우울이나 자조가 담기지 않은 100% 사랑과 연대, 자존에 대한 천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동화같은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간 무언가를 쫓고, 꼭대기에서 무언가를 따내는 삶을 바라보며 자랐다. 그 멋져보이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성취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며 겪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스스로를 전시하는 기쁨이 결국 한정적이라는 것을 체득한다. 이제 우리는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얻어내는 삶'에 이제 덧없음이나, 지루함을 느낀 것이 아닐까?
성취에 찌든 우리들에게 오히려 필요한 것은 <하루의 평안>이었을 지도 모른다. 평화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피로감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 내 자신이 단단하고[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평온하게[자극에 나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위한 유리한 방법을 자꾸 생각한다. 그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사색의 재료를 탐한다.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자신이 사랑할만 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본다.
생각을 하며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가령- 타인이 무례하다며 미워할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면 되니까. 남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기죽을 필요도 없다. 결과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가치와 과정은 내 것이고 소중하니까. 조건과 결과에 목 맬 필요도 없었다. 현재 행복함을 느끼는 것까지가 나의 인생 중 일부인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가끔가다 인생이 외롭다고 느꼈으나, 조금만 눈을 돌려 돌아보니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나와 함께하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의 재료는 꼭 책이나 강연일 필요가 없다. 짧고 직관적인데다 귀엽기까지 한 그림들을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저 짧은 인스타 그림이 많은 사색의 재료를 던져준 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서 쓰게 된 것). 나는 하루의 쓰라림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컨텐츠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천연 이야기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색을 할 수 있도록 귀여운 그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귀여운 그림을 보며 알아내는 삶의 의미란 얼마나 환상적인지! 나는 오늘도 귀여운 그림을 보며 스스로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자하는 귀여운 우리들을 응원하고 있다.
현재의 행복만 쫓는 욜로가 아니고
퇴사와 이직이 끈기 없음 & 일 욕심 없음과 동일어가 아니고
위로받길 좋아하는 무르고 약해빠진 애들도 아니고
이 모든게
그저 내 삶을 풍족하고 균형있게 살고 싶은 선택 중 하나라는 것을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신경쓰지 말자
귀여운 그림을 보며 삶의 의미를 부단히 찾아가자
TO. 누구보다 욕심 많고 풍족한 삶을 살고 싶은 우리들에게
인스타그램 큐치툰(quuchi_toon)님 작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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