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않는 삶
자기만의 기준을 높게 잡고 주변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1년차 때 부센터장님이 해준 말이었다. 그 이후 따로 인연은 없없지만, 내 마음 속에 계속 새겨두는 말이 되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평온함을 유지하고, 남들이 잘했다 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에 더 잘하도록 다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5년차가 된 지금,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나를 알아주지 않을 까봐하는 마음은 아직 달랠 수가 없는 것 같다.
팀에서 나는 작은 소식 하나에도 크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보너스 액수 같은거. 기대했다가도 금방 실망한다. 동료들은 나를 놀리면서 '일희일비의 표본'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일희일비한다고? 생각해보니 재밌는 일이 생기면 생글생글 웃었다가, 김빠지는 얘기를 들으면 시무룩해한 것 같다. 속으로 생각한다. '이건 일희일비가 아니라 감정의 빈틈 같은 건데..'
업무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의지를 가지기를,
삶에서는 일희일비하며 작은 변화 하나에도 정성껏 반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합리화냐고? 맞는 것 같다. 글은 단단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단상이다.
업무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태도'이다. 편애에 질투하지 않는 것, 매니저가 내린 평가에 나를 평가절하하지 않는 것, 당당히 나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일보다 딸랑거림에 집중하는 동료를 미워하지 않는 것, 독불장군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묵묵히 내 일을 해내는 것,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 두는 것이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니까.
삶 속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감정의 근육을 활발하게 쓰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왠만한 일에 동요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라 여기면서 자랐다. 반면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진짜 어른이란 각각의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 지 알아차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감정을 아무렇게나 배설하는 것과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겠지만.) 그리고 그 기분을 알아차렸다면, 이왕이면 기쁜 일은 더 환하게 웃고 슬픈 일은 열렬히 슬퍼하면서 스스로가 하루를 보내는 윤활유가 되어보는 거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미숙하기에 매 순간 의지를 가지며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일희일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필요한 일들을 수행한다. 좋은 패스를 기다리며 조용히 다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사람에 빨리 지치지 않도록, 조용한 혐오로 하루를 물들이지 않기 위해서 크게 기뻐하고 크게 욕한다. 일희일비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오늘도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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