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보는 그 모습이 진짜일까?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개인 생활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많이 보인다. 커리어리부터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까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에서의 좋은 이력을 소개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신뢰감을 준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모습이 '인터넷에서 보이고 싶은 자신의 포장된 이미지'인지, '진짜 현실의 이력'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의 잘나고 못난 사람들
<대백만유튜버시대> 내 주위에도 이런저런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도 잘하는데 자기 것도 챙기네'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이나 잘하지, 회사 일은 X같이 하면서 지랄났다'는 평판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본인들이 소개하는 모습 위주로 볼수 밖에 없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의 삶이 '진짜'인지 '모순'인지 실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의 문자 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평판의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기업 퇴사원이나 대기업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저자는 대기업 퇴사원이다',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는 잘 나가던 삼성맨이었다.' 등 대기업을 퇴사하고 자기 꿈을 실현하는 OO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앞서 대기업을 다니는/던 사람들이 거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보다 안다니는 사람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들을 이상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좋은 회사를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는 욕심많은 유능한 인재이고 누군가는 팀 내 최고 빌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도 있다. '그래 뭐 대기업을 다니지만, 생각보다 안맞아서 개인 생활을 우선할 수도 있지. 그게 나쁜가?', '퇴사해도 그것까지가 개인 이력인데 어필하는것은 자유지 왜 지적하냐'. 물론 개인적으로는 회사를 다니거나/퇴사하며 퍼스널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퇴사를 할거고, 내 브랜딩을 만들어 갈 의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저런 이력들이 시장에서 먹힌다면 나한테도 오히려 좋은 일이다. 다만 최근 어떤 에피소드를 들으며 '개인이 어필하는 이야기들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대표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민폐끼치는 퍼스널 브랜딩은 옳은가
회사 동료인 꼬불이는 사이드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러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다. 채널에서 꼬불이는 '회사는 적당히, 인생은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는 개인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개인 SNS에는 업무에 대한 프라이드에 대해서도 종종 글을 쓰곤 한다. 반면 실제로 그는 팀 업무를 소홀히하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다른 친구와 회의실을 잡고 한참 수다 떨다 돌아오기도 하고, 시장에 영향이 가는 업무들을 잘 챙기지 못해 종종 이슈가 터지곤 한다. 사고가 터지면 팀장이나 팀원들이 대신 그 일을 처리하는데, 다른 팀원 중 한명은 꼬불이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최근 몸이 많이 안좋아졌다. 팀장은 그를 보며 앞으로는 채용에 심사숙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팀에서도 꼬불이의 SNS를 알고 있는데, '회사는 취미'라는 슬로건을 들은 팀장은 앞으로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개인사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만큼 회사에서의 에너지가 빠지는 건 당연하니, 어쩌면 직장에서의 에로사항은 예상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내는 꼬불이의 생활을 이상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OO(회사 이름)를 취미로 다닌다니.. 멋져요', '저도 꼬불이님처럼 살고싶어요' 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트렌드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퍼스널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집단에 끼치는 민폐를 용인해도 되는가에 대해, 타이틀이 개인의 브랜드에 많은 지분을 차지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이번 계기로 생각이 많아졌다. 솔직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정말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가 이 것을 '문제'로 느낀다는 것과, 이번에 문제 인식을 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1인분은 하면서 내 브랜드를 만든다'는 자만 속에 빠져 살았을 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좋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타이틀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맹신해서는 안된다. 여태껏 세상은 정공법으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브랜드의 진실성은 검증받게 될테지만
이쯤되니 드는 생각. 우리는 모순적인 인플루언서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공평하지만 오프라인의 세계는 결과가 좋으면 과정들은 미화가 되니까. 억울하고 배가 아파도 어쩔 수 없다. 혹시 꼬불이도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팀원들의 시선과는 정반대로 '회사 속에 있기 아까웠던 보석을 품은 진주조개'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한다면 누군가가 현실에서 민폐를 끼치며 살더라도,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타이틀과 자산을 강조하며 새로운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고, 잘하면 그게 먹힌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게 내가 사랑하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이라는 것 까지. 퍼스널 브랜드의 지옥편 이야기다.
지옥도가 있다면 낙원도 있나니, <퍼스널 브랜드의 희망편>도 상상해본다. 대중들의 현명한 시선으로 진실된 브랜드가 검증되는 세계를. 누군가가 정말 회사와 맞지 않았던 진주조개라면- 그 진주를 알아보고 사랑을 보낼 수 있도록, 겉으로만 치장된 브랜드에 쉽게 현혹되지 않도록, 대단한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진심이 담긴 콘텐츠에 관심을 두도록 말이다. <콘텐츠가 너무 좋았는데 알고보니 멋진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얘기가 자주 들렸으면 좋겠다. 과연 동경할만한 사람인지, 현실세계의 빌런인지는 브랜드 콘텐츠로 검증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까? 결국 장기적인 브랜드 콘텐츠는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들이 담길테니까. 타이틀에 좌우되지 않는 개인의 가치. 타이틀이 없더라도 알아챌 수 밖에 없는 좋은 콘텐츠. 현실 빌런의 콘텐츠를 알아내는 대중의 현명한 시선까지. 그게 내가 희망하는 퍼스널 브랜드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꼬불이가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퍼스널 브랜드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회사는 나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퍼스널 브랜드, 하지만 결국 타이틀로 개인의 브랜드가 설명되는 모습이 이상한 것 같아 기록한다. 또 'IT업계', '대기업'과 같은 치장용 타이틀을 은근 과시했던 나에게 '정신차렷(찰싹)'을 시전하기 위해서도 기록한다. (원래 어중간한 애들이 유난이다 ^_ㅠ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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