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is just a number
그 나이에 이뤄야 할 일같은 건 없다. 다만, 그 나이에도 마땅히 깨어있을 필요는 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 되뇌이는 마음가짐이다. 특정 나이대를 기준 삼아 취업은 해야지, 결혼은 해야지, 집은 있어야지, 승진은 해야지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앞서 말한 것들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지, 저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으니까. 그러나 앞서 말한 수단들은 대부분의 목표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천군만마들이기도 하다. 정확한 목적이 생기면 수단은 스스로 찾아나서게 되어있다. 그러니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다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내 상황을 직시하고,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된다. 계획도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계획하고 - 실행하고 - 완료하고 - 새롭게 계획을 갱신하는 구조기만 하면 된다. 일단은 나이에 마땅히 이뤄야 할 강박들에서 벗어나되, 다같이 앞으로의 목표도 함께 세워봤으면 좋겠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갸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그 나이라고 시작하기 부끄러운 것도 없다. 위 글은 스물 다섯이 된 나에게 스스로 보여준 글이었다. 졸업 후, 대학생도 사회 초년생도 아닌 어중간한 신분으로, 취업이 아닌 언어 공부를 더 하겠다고 결정한 건 나였지만, 제일 두려워하는 것도 역시 나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이제 겨우 스물 다섯이야'하고 격려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스물 다섯은 '겨우'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하겠지만, 글이 써진 1964년의 대한민국 기대수명은 놀랍게도 52.4세 였다. 나와 당신이 몇살이든 시작하기 이미 늙어버린 나이란 건 없다. 이제 겨우 몇살일 뿐이다. 추석 때 엄청난 에너지로 공연을 했던 나훈아씨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구나. 에너지만 있다면 할아버지도 나훈아 아저씨로 만드는 구나.
二十九岁贝尔发明了电话, 村上春树二十九岁开始写小说. 斯皮尔伯格二十九岁开出了大白鲨, 乔布斯发布二十九岁发布了第一的电脑. 我一直坚信下一个十九岁OOOO的人, 肯定是我!
벨은 29살 때 전화기를 발명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29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29살 때 '죠스'를 연출 했으며, 29살의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출시했다. 이제 다음 29살의 위인이 나올 차례고, 난 그게 나라고 믿었다.
- 熊顿, <꺼져버려 종양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의 첫 대사이다. 29살의 새로운 위인을 꿈꿨던 여주인공은 어느날 림프종양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열렬히 사랑하고, 하고 싶은 것을 즐기고,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낀다. 시한부 인생을 보낸다기보다, 건강해지길 바라며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 나도 이제 곧 서른, 만으로 스물 아홉이 된다.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스물아홉은 누군가에게 성취를 안겨주는 해 이기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해 이기도 했다. 누구든지 시작이란 단계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삶을 돌아봤을 때, 나의 스물아홉과 당신들의 몇살이 그저 흘러가기만 한 나이가 아니길 바란다. 의미 있는 스물 아홉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계획을 세우고 5년 후를 메모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에 대한 질문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누구든 시작이 있었다. 그 시작은 나이와 무관했다. 시작하는 시기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종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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