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찬 바람으로 씻어내
우울함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우울로 처지는 정신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물리력을 쓰는게 제일 효과가 좋았다. 바로 머리를 한 대 치는 것인데, 뒷통수뿐 아니라 눈코입이 있는 앞면과 두피, 원형의 머리 모두를 자극하는게 포인트다.
물론 이렇게 누군가가 필요할 때 마다 정신 바짝들도록 때려주면 없는 정신도 생기겠지만 대부분 생활 속 우울함의 극복은 오롯이 혼자만의 일이다. 아래는 혼자서도 머리를 깨우는 방법이다.
첫번째는 더운 물 샤워
따뜻한 물로 우선 몸을 노릇노릇하게 데운다. 내 몸이 노른자요, 노른자가 반숙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 때 쯤엔, 뒷 머리 두피부터 천천히 물을 적신다. 특히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감으면 더운 물줄기가 두피를 타고 얼굴까지 흘러 내린다. 그 때 나는 머릿속의 우울감과 갑갑함이 같이 씻겨져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씩 샤워를 하면서, 나는 눈을 감고 미사를 하며 들었던 말들을 괜히 말해보곤 한다.
"씻어 버립니다. 끊어 버립니다..!"
주어는 말하지 않는다. 벗어버리고 싶은 걱정과 우울의 주제는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슴 속에 있는 그 응어리를 씻고, 끊어버린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본다. 우울과 걱정, 나태함, 불만족 같은 것들과 작별하고, 또 씻고 나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스스로 선언한다.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숨을 뱉으며 나 자신을 안정시키는 것도 함께 하면 효과가 좋다. 내 스스로가 나를 구원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는 찬바람 샤워
정확히 말하면 바깥 공기를 맡는 것을 얘기한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고 공기청정기를 틀더라도, 움직이는 공기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런 연유로 기분이 안좋으면 나는 자주 산책을 간다. 커피를 들고, 내 마음의 보폭을 맞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걷는다. 그리고 흘러가는 것들을 본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걸어가는 사람들, 시간마다 바뀌는 신호등, 그리고 구름들을. 특히 하늘을 자주 보는 게 좋다. 이렇게나 예쁜 하늘을, 나의 우울로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하늘을 보면, 하늘은 더 없이 높고 청량하다. 그 하늘 아래 난 살아있고, 구름이 끼인 머릿속을 찬 바람으로 털어 낸다.
우울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이렇게 금새 사라진다. 어떤 날은 이런 샤워로도 상쇄되지 않는 우울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큰 파도 같은 우울감이 올 것이고, 매 순간 찾아오는 모든 우울을 내가 컨트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우울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많이 발견해 놓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이 삶 속에서 나를 지키고 구원하는 것은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니까.
'글과책 > 수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택 근무와 디지털 노마드 (0) | 2021.01.20 |
---|---|
꺼져버려 종양군(滾蛋吧!腫瘤君) 영화 리뷰 (0) | 2021.01.19 |
조금만 늙지않고 기다려주세요 (1) | 2021.01.18 |
Age is just a number (0) | 2021.01.18 |
사랑 테스트 (0) | 2021.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