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Interstellar)
Interstellar
사랑은 두 우주가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은하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려나. 20여 년동안 우리는 각자 손때 묻은 벽지와 낡은 옷장이 있는 공간에서 자란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의 우주를 만들어낸다. 사랑은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의 결합, 공존이다. 어린 날의 연애를 더듬어보면, 그때의 내 세상은 온통 상대방의 우주뿐이었다. 그래서 기대도 많이 하고 실망도 했다. 그 사람에게서 내 우주를 만들고 싶어했던 20살의 연애는, 더이상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사람의 우주로 몸을 내던졌으나 그 안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것.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각자 일상생활을 하며 동시에 사랑하는 것'이라는 딱딱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최근 내게 새로운 우주가 생겼다. '눈을 감고 손을 잡고 걸어갈 때, 그동안 꽃이 피어났다'는 시를 보여주었더니, '넌 나랑 걸어다녔을 때 어땠어?'라고 내게 물어왔다. 초딩보다 더 멋진 말을 하고 싶었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오빤 나의 우주야'라고만 말 했을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은 내가 선택한 우주다. (선택받은 우주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까) 나와 당신은 매일 밤마다 우리 사이의 우주를 건넌다. Would you like to come over to me?
사실 당신은 우주가 아니라 햇빛이다. 매일 고백하는 내가 <나는 해바라기고 당신은 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날씨가 좋다'는 말이 우리사이의 언어가 된 이후부터 "오늘은 날씨가 좋네"라는 말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둘만의 은어가 되었다. 그런탓에 날씨가 좋은 날 보이는 해를 당신으로 이야기 한 까닭도 있지만, 사실 못다핀 꽃을 바로 당신이 피워냈다는 말을 몰래 말하고 싶었다. 꽃이, 사랑이 피어나는 좋은 날에 해바라기와 햇빛은 함께 양분을 만들어 낸다. 지난 금요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당신과 내가 광합(光合)을 이루어 냈듯이.
아 난 꽃이 아니라 달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내 이름을 따, 나를 늘 달님이라고 불러줬다. 달은 음양의 여성이다. 밝고 진취적인 해가 지나간 자리에는 고요함을 지켜내는 달이 들어찬다. 내일의 아침을 위해 휴식을 담당하는 달은 모성과 닮아있다. 그러나 달은 차갑고 고혹적이다. 사람의 마음은 대개 햇빛보다 달빛에 더 많이 흔들리며, 둥근 달은 그날 밤 여성과 늑대의 야생을 키워낸다. 그래서 난 달이고 싶었고 그런 부름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당신의 상태 메세지가 바뀌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달이 잘 보이네". 아마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시적이고 은밀한 고백이 아닐까, 생각했다. 달을 흠모하는 내게, 당신은 나를 달로 만들어 주었다. 난 해를 바라보는 당신의 꽃이기에- 동시에 달이기도 하다. 우리의 우주 속, 당신은 해 나는 달.
우주 얘기가 나왔으니, 내 인생의 영화는 '인터스텔라'다. <인터스텔라>에서는 밀러 행성에 있는 동안 지구 기준으로 십 수년의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복잡한 이론이겠지만 단순하게 우주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가기 때문이다. 2주의 시간을 세며 기다렸던 것과 달리 하루꼬박 함께 있으면서도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우리의 시간도 둘만의 우주 속에서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인터스텔라>는 별과 별 사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이의 좁혀진 마음의 거리만큼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간다. 시계를 보며 깜짝 놀라던 당신의 눈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일반적으로 해와 달은 함께 있을 수가 없다. 실제로 보름달은 해와 달이 지구 정반대에 위치하여 달의 전면을 해가 비춰줄 때만 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린 왜이리 아다리가 안맞을까, 그래서 슬프네"라고 이야기하던 당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행히 그 이야기는 다시 만나면서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난 게 신기해"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아다리가 안맞든, 운이 좋아 다시 이렇게 만났든,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그리고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중력 이상과 나사의 좌표에 대해서, 그리고 블랙홀의 큐브에 대해서 쿠퍼가 타스에게 한 말이다.
"우리를 데리고 온 건 우리야"
시공을 초월하는 단 하나의 진리는 사랑. Would you like to come over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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