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람향기
<여름향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아마 같은 작가가 '봄의왈츠'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썼다고 기억하는데 그 중 이 '여름향기'도 계절의 색깔을 맞추고자 만든 그럴듯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사실 '향기'라는 단어는 여름과 안어울리지 않나? 꽃향기는 온전히 봄의 향기라 할 수 있고 겨울의 길거리 음식이 향기로는 그 다음이 아닐까? 더군다나 여름에는 '그 놈의' 냄새를 없애려 데오드란트와 섬유탈취제를 뿌리며 장마철의 빨래를 제일 조심스러워 하지 않냐말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냉기가 돌았다. 에어컨 자체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처음엔 강아지마냥 킁킁대다 금새 버스 공간 안에 익숙해졌다. 이 때, 평소와 같은 일상 속에서의 갑작스런 주의(注意). 새로운 환기는 우연히 버스에서 내릴때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 나오자마자 반대편에서 여름의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습한 바람 안에는 나무 냄새가 뒤엉켜있었다. 25년의 여름을 모두 불러일으키는 바람, 내가 갸우뚱했던 그 여름 향기였다. 여름 향기, 생각났다. 작년 여름에는 취미로 조깅을 선택했었다. 바람이 부는 저녁 8시가 되면 운동화를 질끈 묶고 8km를 내달렸다. 그 때의 내가 살던 남양주는 큰 건물안에 온갖 상가가 모여있는 것이 전부인 시골과 도시 사이였다. 조깅코스는 도로와 논을 사이에 두고 있었고, 매일 아스팔트 냄새와 풀 내음을 맡으며 달렸다. 온 몸의 근육이 헐떡이며 땀구멍을 열때, 내 몸안에 들어왔던 그 습한 바람. 그 습한 바람안에 들어있던 향기가 바로 여름 향기였나보다. 땀 냄새를 씻겨주던 그 바람이 오늘 버스에 내릴 때 마침 불어왔다. 여름의 바람은 아스팔트와 풀냄새가 뒤섞여있다. 그리고 습하다. 저녁 또는 그늘에서 불어온다. 봄은 이미 갔다 생각했고, 반팔을 꺼내 입은지는 꽤 되었지만, 내 2016년의 여름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