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독서 에세이
마담롤리나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독서 기록
'요즘 어떤 에세이가 시류를 타고 팔리는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텍스트를 탐독하는 나로서는 아쉬웠던 책, 책은 잘 안 읽는 데 가볍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괜찮을 책. 그렇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책이라는 게 내 한 줄 평이다.
게임 업계 출신다운 비유를 하자면 <매출을 내야 하는 출판사가 만든 전형적인 캐시 아이템 도서>. 양산형 게임 찍어내는 느낌이라 다음에 책을 고를 때 참고해두려고 출판사 이름도 체크해놨다. 허밍버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을 너무 대충 만들었다. 작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일러스트 작가에게 책을 제안할 때는 출판 기획자가 좀 더 섬세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알맹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책이 만들어졌다.
우선 책 스토리가 뻔한 데,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터 팬만 믿고 (출판사가) 기획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책 90%의 흐름이 처음에는 자기 땅굴을 팠다가 끝내 새로운 다짐을 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마무리되는 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경쾌하게 얘기하거나, 차라리 더 딥하게 다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
그리고 글이 먼저 나오고 그림이 나왔으면 어떨까 싶다. 다른 그림 에세이와 달리 글이 1페이지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앞에 그렸던 만화를 풀어쓴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긴 글 안 읽는다 하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짧으면 안 쓰는 게 더 낫다. 글 길이를 늘리자 제안하던가, 아니면 맨 처음 짧게 코멘트하고 만화를 보여주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여운도 없고, 반복되는 내용을 읽었을 때의 그 피로함이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하고 욕먹는 거'라 그런지 보는 입장에서도 화나는 포인트였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구상은 일러스트 하나를 그리고 그것에 대해 풀어쓴 1~2장의 글이다. 이 책에서는 만화 형태로 서사를 그리려다 보니 서사에 대한 그림 플로우도 너무 비슷해졌다. 아까 말한 땅굴을 팔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앞에 뭔가 가로막혀 있거나, 작아지거나, 무언가가 옥죄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새롭게 다짐할 때는 새랑 날고 있거나, 고개를 하늘로 들고 있거나, 뛰어가거나, 두 팔을 벌리거나 포옹하고 있다. 나중에는 만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엔딩 그림을 맞출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걸 작가 탓을 해야 할까? 글쎄 개인적으로는 출판사가 그림이라는 치트키를 가지고도 이렇게 밖에 책을 못 만든 게 너무 실망스럽다.
마담롤리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책이랑 친하지 않는 사람이 읽기에는 좋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1시간 안에 완독하고 싶은 책을 찾는 사람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던 책. 오히려 마담롤리나 개인 그림 계정을 보고 나서야 호감이 생길 지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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