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드로우 독서 에세이
드로우앤드류 <럭키 드로우> 독서 기록
설득과 제안에 실패한 퍼스널브랜딩(?) 지향 도서. 실패라고 생각한 이유는 작가 역량과 별개로 본인의 언어와 일방적 태도가 독자들을 배척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본인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책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본인의 이력과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정당성, 이를 표현하기 위해 깎아내린 수많은 일반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같은 메시지라도 어떻게 전달하냐에 따라 정말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게 '문장'이다. 한 예로 자신이 접했던 멋진 사람들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을 '물에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라 비유했다.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 그런 의도 아니라고요~) 책 대부분의 문장들이 자신 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척시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자존만 어필하다 끝난 책. 드로우 앤드류의 초반 시절부터 알고 있던 지라, 실망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압도적이지 않은 이력이 메시지 근거가 됐을 때의 애매함
소신 발언하자면 작가가 성취라고 하는 것들이 별로 크게 안 와닿았다. 왜냐면 나도 그 정도는 했었으니까. 아 경험이 대단하지 않아서 책이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는 아까 말한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이야기에 대해 더 얘기를 해보고 싶다.
<설득과 제안을 목적으로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용이나 사실과 경험을 중심으로 타인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내용을 감정적인 도구(뉘앙스, 태도, 쿠션 멘트)를 사용하여 기존의 생각을 회유시키는 방법이다. 먼저 객관적인 자료가 메시지의 근거가 되려면 인용과 경험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압도적인 경험'은 큰 규모의 일이나, 경험하기 힘든 일의 결과를 뜻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해냈다에서 끝나지 않고 무슨 고민을 하며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생각을 달리한 포인트가 있다면 그 가려운 지점을 긁듯이 알려주는 것이다. 경험이 압도적이지 않다면 표현 방식을 통해서도 상대방을 설득할(구슬릴) 수 있다. 비슷한 메시지를 가진 고전과 드라마를 보며 영감을 받는 것이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즉 설득은 두 가지다. 모두가 압도될만한 통찰의 경험/가치를 던지거나, 기꺼이 따를만한 느낌을 주는 울림을 주던가.
이런 개인적 견해로 보았을 때 앤드류의 글은 많이 아쉽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작가의 경험이 (5년 차 대리 병에 걸린 나에게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니까. 한 편의 글도 짧은 편인데 진행되는 플로우도 단순했다. 과거에는 부족했는데 어떤 결심을 하고 이후 성취를 해내는 패턴이라던가. 남들이 갸우뚱할만한 포인트에 본인만의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지금 생활을 해오고 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패턴. 또는 자기네처럼 하는 사람들과 일반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두고 선을 가르는 내용이었다. 성취에 대한 이력이 압도적이지 않은데 책에서 느껴지는 태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베푸는 친절 같았다. 또는 자신의 가치/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칼을 쥔 모습이었다. (공격적이었다는 뜻) 유튜브 댓글은 몰라도 독자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날이 서 있을까? 책을 쓰면서 스스로도 많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스스로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자존과 확신이 아쉬웠던
흔들리는 작가의 마음처럼 책도 미완성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자신의 길에 만족하고 자신이 있다는 사람이,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타인을 부족한 사람으로 만드는 태도였다. 정말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자존을 가졌다면 이렇게 미숙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을 거다. '오해였다,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시도를 해보고 싶었지만 그만큼의 여유조차 주지 않고 끝나버리는 짧은 글의 연속이었다. 왜 굳이 오해를 사고 적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 본인을 어필하는 걸까?
누군가는 평범한, 명함을 가지고 일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돈을 벌며, 자기계발보다 재테크에 열 올리는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드로우앤드류처럼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왜 이런 사람들을 낙오자나 뒤떨어진 사람으로 포지셔닝 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만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썼을 때 주변에서 조언을 정말 안 해준 건 지도.
나이도 비슷하던데 친구였으면 정신 차리라고 등짝을 때렸을 거다. 얼마 전 드로우앤드류 채널을 언팔했던 계기가 있었는데, 자신의 책에 대해 혹평을 한 서점 리뷰를 스크린샷 찍어서 조롱하는 글과 맞장구치는 댓글들이 너무 한심해서였다. 누가 보면 직장인 아닌 거에 콤플렉스가 있는 줄 알겠어.. 앤드류는 본인에게만 너무 관대하다.
(+)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도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코치, 카운셀러-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막연하고 개념적인 이야기보다 친숙하고 가까운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시대니까. 수많은 강연 프로그램, 경연 프로그램이 쇠퇴기를 맞는 것과도 연결된다. '지식'과 '아이템'은 한정적이고, 주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그렇기에 페르소나는 '지식'이나 '아이템'으로 대체되지 않는 고유의 '인격(취향, 가치)'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세슾도 드로우앤드류가 가진 취향에 집중해야지 인테리어 코칭으로 가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
다음엔 좀 오늘을 성찰하는 글이 나오길
앞에서 너무 많이 깠지만 나는 사실 드로우앤드류가 호감이다. 나는 실행력을 가지고, 무대 앞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또 동경한다. 다만 이번 책은 솔직히 그의 가치에 비해 아쉬웠다는 것뿐.
메시지의 원천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력이 전부였던 것에 대한 아쉬움, 자발적으로 자신과 다른 환경의 사람을 대치시켜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조롱하는 어조에 대한 아쉬움, 어쩌면 작가를 워너비로 생각한 직장인들(잠재 고객)을 제 발로 차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그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조언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본인의 페르소나를 '지식'과 '아이템'에 한정시키려는 것에 대한 아쉬움, 스스로의 자존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나와버린 책에 대한 아쉬움. 이런 아쉬움들이 남는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사람들을 응원하니-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하고 자란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자극을 받고, 또 지금의 글이 경솔했다는 글을 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덧붙이자면 오해를 사지 않도록 글은 지금보다 좀 더 길게 써주고, 글은 잉크로 남으니 조금 더 겸손하고 신중히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글과책 > 서평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움직인 문장들 독서 에세이 (2) | 2023.11.20 |
---|---|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독서 에세이 (1) | 2023.11.20 |
어린이라는 세계 독서 에세이 (1) | 2023.11.17 |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독서 에세이 (0) | 2023.11.17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독서 에세이 (0) | 2023.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