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게 다 영감 독서 에세이
이승희 <별게 다 영감> 독서 기록
내가 이승희님을 볼 때마다 느끼는 포인트는 <도대체 저 많은 걸 언제 다 탐독하는거지?>다. 한 두가지의 영감과 정보를 소화시키는 데만 하루를 쓰는 나로서는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영상도 봤다, 기사도 봤다, 인터뷰도 봤다, 뉴스레터도 봤다, 책도 봤다, 친구 이야기도 들었다, 유명인사의 이야기도 들었다, 트렌드 정보도 봤다가.. 물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얻는 정보도 많겠지만 일단 그 수가 어마어마하니까.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영감의 양도 압도적인데, 그 공유가 지속된다는 것도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속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아니까. 기획력/논리/크리에이티브 다 떠나서 지속력 하나만으로도 정말.. 뭐든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다양한 자극을 꾸준히 모아 온 승희님의 기록을 모은 책이 <별게 다 영감>이다. 지금은 네이버 브랜드마케터, 이전에는 배달의 민족에 있었다. 반짝이는 기록도 공유해주는 데, 남들이 볼 때도 흥미로운 일을 하는 직업도 가졌다니! 규림언니 상아언니랑도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다들 모이나 보다.
별거 아닌 게 별 것이 되는 순간
[영감(靈感)]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오케이 영감은 곧 자극이라는 건데 그럼 창조적인 일이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말할 수 있는 걸까? 왠지 '창조'라는 단어는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나와 동떨어진 단어로 느껴지니 말이다. 기껏해야 사진에 기발한 제목을 붙이는 것 정도? 사실 그마저도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아무리 잘 들어도 내가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 없다는 소리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영감에 호들갑을 떨다가도 창조라는 압박감에 자신감이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이런 질문에 승희님은 '영감은 만들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미완성인 형태로 나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 말했다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영감이 내 마음가짐을 1g이라도 바뀌었다면, 1초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내 안에 생겼다면, 그 영감이 '나'라는 피조물을 새롭게 조각하게(창조)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세상에서 나만 가진 유일한 자산은 '나'다. 그리고 어짜피 부귀영화를 누릴 삶이 아니라면, 남들에게 평가받으며 살게 아니라면 대단한 업적보다 나를 잘 가꾸고 윤택하게 만드는 게 내 인생에 더 이득일 지도 모른다.
영감을 수집하는 행동 자체만으로도 괜찮다. 기록은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가짐이 되기도 한다. 또 천천히 내 일상에 찰나의 생각에 그 영감들이 스며들 것이다. 그 작은 일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가 수집한 별 거는 진짜 별난 것이 될 수 있다. 그때부터 우리는 별 것 아닌 일상을 의미있게 살아나가게 된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크리에이터가 된다
대 크리에이터 시대. 특히 지금 10대들의 경우 특정 조직이 아닌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자라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러한 영감들을 수집하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기록을 몇 번만 해보면 느끼는 게 있다. 가령 영감 계정을 운영한다고 치면, 수집한 영감만 딸랑 올려놓기 뭐하니까 적어도 한줄평 정도는 적게 된다. 마음을 울린 컨텐츠는 내 경험과 연결지어서 남겨놓기도 한다. 바로 여기. 컨텐츠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과 경험이 첨가되면 여기서 새로운 컨텐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접한 것(input)들로 만들어진 사람들(output)이다. 즉, 어떠한 컨텐츠를 자신의 생각과 함께 기록하는 것 만으로도 컨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 작가는 말한다. '꺼내지 않을 뿐, 누구나 자기만의 컨텐츠를 갖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생각을 꺼내 보여줘야 나라는 존재를 더 단단하고 뾰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생각도 인상적이다.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사람, 자기 생각으로 일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아닐까'. 영감, 컨텐츠, 크리에이터, 창조라는 단어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가슴이 웅장해질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감을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취향'이라는 브랜딩이 만들어 질테고, 내 생각을 한 줄 더해진 게시글이 1,000개가 넘어가면 이미 사람들은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을거라고. 그러니 더 많이 보고, 듣고, 읽고, 말하고 기록하자고.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려면 좋은 인풋, 영감이 있어야 되는 건 당연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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