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독서 에세이
오하 작가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에 대한 독서 기록입니다. -2022. 03. 21
갈리고 털리고 쪼이며 만들어지는 광고인들의 자조를 느낄 수 있는 경쾌한 책이다. TBWA는 특히 박웅현, 유병욱, 김민철 작가가 일하던 곳이었는데, 이 책까지 포함해서 벌써 4번째이다. 책을 소개하기 전에 나는 이 책이 삽화 중심의 책인 줄 모르고 샀다. 제일기획에 다니는 친구가 인스타에서 잘 읽었다고 하길래 샀던 책이었을 뿐이다. 1년 간 봉인되었다 열었는데 그림이 90% 라서 너무 놀랐다. 여튼 가볍게 호로록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아시다시피 광고 회사는 최난이도 업무 강도를 자랑하는 곳. 반면에 크리에이티브와 논리와 싸우는 똑똑이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엘리트들이 지옥같은 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 지 모를 일이다. 고된 일정에도 마침내 라이브 되었을 때의 성취감이 그만큼 큰건가..? 뿌듯함으로만 일할 수 있는 곳인가?<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는 이런 질문들에 답을 내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책은 캠페인의 시작부터 끝, OT부터 실제 라이브되는 과정을 광고팀의 일상으로 표현했다.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핏티를 따내고 말도 안되는 일정을 기어코 해내고 수정 사항을 반영하고 결국 A안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광고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림이기도 하고 캠페인 과정을 순서대로 그려서 인지 15분 만에 다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포인트는 그 고된 과정을 개그로 표현한다는 점! (해학적 개그 사랑해)
우리는 좋은 것을 듣고 읽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가 좋은 것을 만든다
마침내 준비했던 광고가 라이브 되었을 때 '나란 녀석 또 해낸건가?'하며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그 뿌듯함 하나로 일에 대한 모든 어려움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잘난 엘리트들도, 긍정쟁이도 불가능 하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일을 함에도 겪는 힘듦도 분명히 있다. 그 어려움에 대해서는 유병욱님의 '생각의 기쁨'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도 힘을 뺄 것. 좋아하는 일에 나를 잠식시키지 않도록 할 것. 평소에 인풋을 많이 만들어 둬서 나를 소모시키지 않도록 할 것. 사실 책에서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되어서 자세히 표현이 되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부분.
01 열심히 일하는 것은 필요하다. 회사와 그렇게 계약했고, 일이 주는 즐거움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동시에 우리는 일에 집중하는 만큼 인풋에도 인위적ㅇ니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가 적절해질 때 마침내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적절한 밸런스는, 일터와 삶 모두를 즐겁게 만들 것이다. 이제는 모두 알 때가 되었다. 나를 채우는 일은 나에게도, 회사에도 필요한 일임을, 우리는 보고 듣고 읽고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가 좋은 것을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도라에몽이 아니다
오늘에서 내일로, 내일에서 그 내일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대단한 삶
책에서 이야기하는 포인트는 하나가 더 있다. 퇴사하지 않는 선택지를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였다.작가는 말한다. '퇴사를 하는 것이 용기라면, 묵묵히 해 나가는 것도 용기'라고. 버티고 버티가 도망가버리고 싶을때가 하루에 열두 번 넘게 찾아오지만, 어디론가 도망간다고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어짜피 필드에 있을 거라면 우리는 묵묵히 자리를 이어 나가야 한다.
02 오늘도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고 멋들어진 명분 하나 찾지 못해도, 우리는 사회로부터 이름과 일을 부여받았고 오늘도 묵묵히 해낸다. 퇴사에 박수를 보내는 시대에 회사 안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걸 왜 멋지거나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퇴사를 하는 것이 용기라면, 묵묵히 해 나가는 것도 용기다. 퇴사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이어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늘에서 내일로, 내일에서 그 내일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삶을 사는 우리는 생각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그 사실을 우리만 모른다.
그러니까 이 책은 광고쟁이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를 아주 순한 맛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80%), 핵폭탄급 업무량과 업무 일정에도 정신을 차리고 자부심을 느끼는 광고인들의 마인드컨트롤과 해학이 담겨있다 (20%).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유병욱님의 '생각의 기쁨'을 읽는 걸 더 추천한다. 나의 1년차를 버티게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그 책 리뷰가 없었고만. 그 책은 다음에!
'글과책 > 서평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게 다 영감 독서 에세이 (0) | 2023.11.17 |
---|---|
태도의 말들 독서 에세이 (2) | 2023.11.13 |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독서 에세이 (1) | 2023.11.13 |
맑음에 대하여 독서 에세이 (1) | 2023.11.13 |
애주가의 대모험 독서 에세이 (0) | 202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