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말들 독서 에세이
엄지혜 작가 <태도의 말들>에 대한 독서 기록입니다. -2022. 04. 03
'태도의 말들'은 인터뷰어인 엄지혜 작가가 여러 인터뷰이와 대화하며 느낀 감정들을 인터뷰이의 한 문장과 함께 기록한 수필이다. 이렇게 요약하면 너무 딱딱해보이나? 책을 읽으면서 <말 하나, 태도 하나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또 변화시키는 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태도와 말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일상을 바꿔 나갈 수 있다. 읽으며 확신했다. 인터뷰이 100명의 멋진 문장은 보너스.
태도를 Collect, Response, Mix it
우선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이 책은 인터뷰 요약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인터뷰를 소재&매개 삼아 작가의 마음가짐이나 신념들을 털어놓는다. 어떤 부분은 인터뷰이의 인상깊은 말과 태도를 그대로 담아놓기도 하고(Collect), 어떤 부분은 인터뷰이의 태도를 인풋 삼아 작가만의 생각을 전하기도 하고(Response), 자신의 태도와 신념을 인터뷰와 결합하여 강조(mixed it)하기도 한다. 마음가짐에 대한 기술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따뜻하게 말만 거는 책도 아니다. 다만 여러가지 태도를 이야기하며 사는 엄지혜 작가의 삶을 이해할 뿐이다. 그럼에도 건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신우일신하는 멋진 엄마같아서, 좋은 어른을 한 명 알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왼쪽에는 인터뷰이의 말이나 태도에 대한 문장이, 오른쪽에는 문장에 대한 작가의 짧은 수필이 쓰여져 있다. (참고로 목차가 없다.) 내 나름대로의 읽는 방법을 추천하자면 처음엔 순서대로 스르륵 읽고, 다 읽고 나면 다시 첫 장으로 와서 왼쪽의 문장들만 한번 씩 보는 걸 권한다. 문장에 숨겨진 이야기를 안 상태에서 다시 그 문장을 들여다 보면 처음에 봤던 것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타인의 태도가 기대에 못미쳐 실망스러움을 겪거나, 나의 정성과 배려를 당연시 여기는 상황을 맞딱뜨릴 때가 있다. 기왕이면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으면서도 후련하게 털어낼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은데, 사실 마음과 달리 우리는 자주 실패를 겪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럴 때 중요한 건 타인의 태도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인 것 같다. 나의 행동이 아니라 나의 태도. 태도의 줄기가 올곧아야, 태도의 뿌리가 두꺼워야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때로는 사려깊게 배려하면서 때로는 선을 그으면서. 지혜 작가님과 인터뷰이가 남긴 말들은 우리의 마음 가짐을 고요하고, 깊게 만들어 준다.
01 단점이 먼저 보였어도 찾아보면 장점이 없을 수 없어요 - 방송은 강주은
02 악플에 열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중요한 건 열 받음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죠. 이런 문제에 매달리면 일상이 소모되니까요.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해요 - 작가 유시민
03 나는 소극적인 태도로 그러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견해를 의심할 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 필요도 없었으니까 -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4 한번 써 본 마음은 남죠. 안 써 본 마음이 어렵습니다. 힘들겠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 소설가 김금희
05 사람의 성격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방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06 까칠함 같은 건 사람을 좋아하는 제가 사람을 밀어내기 위한 도구가 되었어요.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나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내 까칠함으로 물러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인 거죠 - 시인 이병률
07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버스기사 허혁
08 사람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무시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무시해야 할 그 말을 보석처럼 가슴에 품고 삽니다 - 목사 조정민
09 결국 사람은 친구랑 가족이랑 사는 거다. 작품이 끝나고 칭찬을 받으면 행복하지만 그 칭찬 때문에 사는 게 사람 인생이 아니다 - 드라마 작가 하명희
10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 영화감독 이경미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책이든 여러 매체든 많이 알려줬으니까. 하루가 별로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기분이 안좋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스스로의 기분과 비위를 맞춰주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공식은 알지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나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응원과 무한한 애정이다. 내 마음을 끝까지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 잡아줄 온기의 문장들이 절실해진다. 책에는 나를 일으켜줄 다정한 문장들이 빼곡하게 담겨져 있다.
01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해요 - 출판인 김규항
02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03 그래도 행복했을 겁니다.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저는 딸에게 그런 믿음이 늘 있습니다.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 주지 않으니까요 - 소설가 강병웅
04 진짜를 접하고 진짜를 먹으면서 자라면, 나중에 가짜를 접해도 수정하는 힘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 제빵사 와타나베 이타루
05 잘해 봐야 저고, 못해 봐야 저니까요. 할 수 있는 한 잘해야죠 - 가수 오지은
06 내 속도로 살기 위해서는 이 관계들 속에서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핸들은 내가 쥐고 있어야겠다, 생각한 거에요 - 가수 루시드폴
07 행복감이란 얼마나 크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느끼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도시건축가 김진애
08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언제나 함께 온다. 그중 무엇을 중심으로 내 과거를 이야기로 엮을지는 내 선택이다. 내 이야기에 대한 편집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 기업인 제현주
09 행복해 본 사람은 안다.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또한 용기임을.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 나올 수 있음을. 불행에 익숙해지는 걸 노력으로 믿지 않아야 함을. 행복은 창의롭고 용감한 이들의 몫이란 걸 - 작가 이서희
10 아이와 함께 '시인의 감성과 시민의 감각을 지니고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며 사는 사람'으로 커 나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위대한 사람이 되려는 욕심보다 요리나 청소 같은 삶의 작은 단위부터 잘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시인 서한영교
11 유리한 쪽보다 유익한 쪽에 설 때 내 인생도 더 단단하게 다져진다 - 변호사 이은의
12 우리 좀 가벼웠으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 여성학자 박혜란
13 내가 느끼는 행복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며 살아가는 행복이다 - 다큐멘터리 감독 장혜영
14 독자가 건네는 말에 쉽게 행복해지거나 쉽게 불행해지지 않도록 나는 더 튼튼해지고 싶다. 나약하지 않아야 자신에게 엄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휘청거리면서도 좋은 균형 감각으로 중심을 찾으며 남과 나 사이를 오래 걷고 싶다 - 작가 이슬아
15 자존심은 얼마나 높아질까가 아닌 얼마나 낮아질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생각해보면 하인놀이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을 놀이였다 - 미술 평론가 이건수 & 가수 유희열
타인을 대할 때 가져야 할 존중과 배려
나는 가능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람을 대하려 노력하지만, 종종 말투와 뉘앙스들이 뒤엉키며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쉽던가..! 이런 내 처지를 어떻게 알았는 지, 작가는 태도의 어른같은 사람들의 말을 책 속에 모았다. 오은 시인의 말처럼 나의 작지만 사소한 태도는 결국 관계를 향한다. 차곡차곡 쌓이는 이 태도들이 모여 마침내 일상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감의 말들이, 지혜의 밀알이 된다.
01 무리하게 자신을 크게 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스스로를 값싸게 여겨서도 안 됩니다. 지금 여기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 바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 정치학자 강상중
02 착하면 만만해 보였는게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 소설가 장강명
03 말하고 나면 이미 무언가 '벌어진' 일 사이에서, 저울 위에 올라가 평가받아야 한다. 내 말과 사실 사이에서 무참히 흔들려야 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그득해진다. 그러니 속이 든든해지고 싶으면 말을 참아야 한다 - 시인 박연준
04 상대의 마음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끄집어내 내 것과 만나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 소설가 정아은
05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좋은 사이가 되면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이 풍성해진다 - 작가 이보현
06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 소설가 한창훈
07 싫어하는 사람은 늘 존재해요. 그런데 다 지나고 보면 모두가 고마워요. 그때는 내가 잘나서 버티는 것 같았는데 끝나고 보면 저 사람 덕분이구나 싶어요 - 예능PD 나영석
08 우리는 무언가 알려 주려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저 사람이 나를 대접해 주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 때 행복하게 일한다 - 작가 강원국
09 성가신 일을 기꺼이 잘해 주고 싶게 만드는 이가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협업자를 존중하는 사람과 그저 부려 먹으려는 사람의 차이 아닐까? -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준
10 다만 편지같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편지는 분노와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니까요.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에요 - 시인 박준
책에는 따뜻한 태도 그 자체에 대한 메시지들도 있는데, 가능하면 직접 읽어보면 좋겠다. 100명의 인터뷰이의 말과 작가의 생각이 뒤엉켜있기 때문에 사실 모든 메시지가 한 방향을 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사려깊고 얕은 사색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마음이 담겨져 있는 문장들을 확실하게 느꼈다. 작가의 일상과 일 할 때의 마음 가짐도 같이 녹아져 있으니 가볍게 보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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