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독서 에세이
정지음 작가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에 대한 독서 기록입니다. -2022. 03. 17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네모는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이다. 사다리꼴은 어딘가 변칙적이다. 이름도 '~형'이 아니고 '꼴'로 끝나지 않는가. 일반적이진 않지만 네모이기는 한 사다리꼴. 이 책은 사다리꼴 같은 마음을 가진, 어딘가 모났지만 분명히 존재 할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글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인상깊었고 새로웠다. 사회에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모났지만
작가 스스로는 괜찮다지만,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각이 어긋나고 결핍된 마음을 느꼈다. 작가의 감정은 내내 커다랗게 타오르는 불 같았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앞서 작가를 네모가 아닌 사다리꼴이라 한 표현이 여기에 있다. 어중간한 사랑 속에서 자라 어느새 어른이 된 작가, 어찌되었든 잘 살아보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담긴 문장들이 책에 뭍어있다.
100% 같을 순 없겠지만 나도 작가와 비슷한 성장 시절을 겪었다. 다만 나는 대학 생활을 하며 내게 무조건적인 성장과 응원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는 자존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문장을 볼 때마다 그 감정선이 너무나 잘 보여서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그녀에게 건강한 마음을 지탱할 수 있는 지지와 사랑이 풍족했으면 어땠을까. 또래보다 성숙한 외모로 ADHD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더욱이 많은 사랑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녀가 ADHD든, 방목하는 자유로운 부모님이 있든, 주변의 악담과 평가를 받든- 작가의 삶 속에 누군가가 사랑을 주었으면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물론 나의 섣부르고 무례한 생각일 뿐 작가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있겠지만. 그저 미숙하고 모났던 내 10대와 20대 초반을 생각나게 하는 문장들이었다.
분명히 존재할 누군가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내 유년 시절에도 오은영 선생님이 딱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모님도 육아는 처음이고, 나도 태어난 게 처음이고, 나를 둘러싼 환경은 불완전했으니까. 그 때 오은영 쌤이 짜잔! 그랬다면 아마 나는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당연한 슬픈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 어떻게 되냐고? 그냥 자라나는 거지 뭐. 결핍은 메워지지 않은 채로. 애정을 쉽게 얻어내는 방법을 비뚤어지게 학습한 채로.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되게 많다.
연인이라는 관계에 특수성을 부여해 옭아매거나, 자신의 치부를 일부러 드러내 동정을 동반한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이 있다. 비뚤어지고 모자란 누군가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누군가는 작가일 수도, 나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작가의 문장은 분명히 존재할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책 속에는 긍정이란 단어가 '너덜너덜한 긍정'이 될 때까지 스스로를 다그친 작가의 다짐이, 스스로를 '무도회장에 지각한 공작새'라며 꼬리를 흔들며 나 좀 보세요!라 어필했다는 작가의 회상이 있다. 누구나가 될 수 있는 우리가 경험했었을 감정들이라 생각하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렸다.
책이지만 그녀의 이야기와 사연을 눈으로 들어주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랬구나 억울했겠다', '그렇게 생각을 바꿔보다니 대단하다' 라고 마음 속으로 응원하면서. 작가가 반려 고양이 맷돌이에게 칭찬하듯, 나도 동갑인 이 작가 친구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지지가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여기는 건 맘처럼 쉽지 않다. 그 대단한 걸 해내고 있는 게 지음님이 아닌가 생각한다. 살면서 겪은 실망과 미움을 사랑하겠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절대적인 연대없이 자라난 비뚤어졌지만 어딘가 존재할 누군가들이(우리들이),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작가 장창래님은 아무리 슬픈 이야기라도 글로 쓰면 위로가 된다고 했다. 지음님의 글로, 작가도 책을 읽는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글과책 > 서평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도의 말들 독서 에세이 (2) | 2023.11.13 |
---|---|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독서 에세이 (1) | 2023.11.13 |
맑음에 대하여 독서 에세이 (1) | 2023.11.13 |
애주가의 대모험 독서 에세이 (0) | 2023.11.13 |
평일도 인생이니까 독서 에세이 (1) | 202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