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월의 취업 준비생
솔직히 작년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놀았으니까 취준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올해부터 취준생,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친구 E와 양지 다방에서 하소연했다. 남들은 1년 반을 평균적으로 취준 기간을 보내고 일을 한다던데, 난 유리멘탈이라 그런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다고. 그 동안에 우울해했고, 무기력했고, 은둔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은 이 개같은 백수 생활을 탈피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쓰는 글.
취업 준비'만' 하는 백수의 문제점을 찾았다. 먼저 교류할 수 있는 대상이 적다는 것이고, 그리고 사회 활동이 적다는 것. 사람과 사람이 기대는 모양으로 사람 인(人)을 만들었다는 구닥다리 같은 말이 진짜라는 걸 느꼈다. 취업 스터디, 언어 스터디도 사회 활동이긴 하지만.. 지식 배틀같은 걸 하는 집단들은 상호 교류를 한다는 느낌을 주긴 어렵지 않나, 싶다. 사람이 어디든 나가서 비타민E도 합성하고 그래야는데, 가는데가 도서관이고 카페다보니 점점 칙칙해지는 것 같다. 그나마 데이트라도 해서 다행이지, 대학교 친구들도 없는 본가는... 으으..!
상반기에 면접을 2군데 봤다. 나머지는 다 광탈. 하나는 홍보 대행사. 내가 했던 마케팅과의 연관성이 높은 곳. 다른 하나는 게임 회사. 내가 1년 넘게 준비했던 곳. 막상 이렇게 되니 느끼는 점이 있다. 인터넷에서 떠드는 '직무 역량이 중요하다'라는 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들에겐 너무 달콤한 말이란 거다. 취준생은 '아 내가 직무 역량에 맞게 글을 쓰면 되겠구나'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깜냥에 맞느냐는 자소서나, 자격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내가 느낀 포인트. 예를 들어 아프리카TV에 지원하더라도 매일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면, 별풍선을 구매해보지 않았다면, 아무리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미디어 경험이 있더라도 꽝이라는 것. 보통 취준생은 자소서 항목을 쓰기 위해 기업 조사를 한다. 내가 이만큼을 알고 있다, 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근데 실제로 문항 안에 들어있어야 할 깊이 안에는 이 회사 하나만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 만큼의 인사이트와 애정이 필요하단 거다. '나는 이 회사밖에 모르는 바보 병신새끼에요'라는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그만큼의 기업 조사가 필요하단건데, 이게 사실 모집 공고 뜨고 시작하기엔 좀 늦지 않나.. 싶다. 조사만 많이 한다고 갑자기 인사이트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를 예로 들자면, 회사의 모바일 게임만 주구장창 하다 아예 마케팅 기획서를 냈었다. 애정과 인사이트는 가장하기 어렵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면접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 경험을 한 사람도 대다수고 진짜 그 회사밖에 모르는 바보 병신들이 참 많다. 물론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잘하고 원하는 곳만 쓴다는건 자살 행위지만, 내가 성적이 좋았던 회사들은 그랬다. (작년에도) 중경외시 나오고 토익 950 넘는 사람들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방대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난 면접을 봤고 최종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도 인턴십인게 함정이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내 깜냥에선 그게 최선이었다 생각한다. 빨리 백수와 거지에서 탈출하고 싶다.
블로그에 오면 좋은 점이 내가 '취업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니구나'를 다시 느끼게 해준다. 나를 보고 자극을 받는 사람들도 있고, 감사를 표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내 공간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오늘 다시 한 번 느낀다. 취업을 하면 하고 싶은 포스팅들이 몇 개 있다. '취업했어요'하는 자랑 글 보다, 내가 만들었던 취업 포트폴리오를 무료 나눔하면서 취뽀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 포트폴리오는 만능 치트키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누군가의 취업 준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물론 그 전에 나부터 좀 살아야겠지만. 뭐 어쨌든, 6월의 나는 결과를 기다리며 한량처럼 놀고 있다. (+)P.S. 다짱님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7월의 나는 도피성 아르바이트를 할까, 아님 160만원 짜리의 고급 알바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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