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를 찾습니다
용돈을 받지 못한 지 5일 째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 아침에 용돈을 받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지출 목록을 훑고 방문을 열었다. 언제까지 용돈을 타 쓸거냐는 엄마의 말과 학원비와 시험비,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들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 두달 아르바이트를 바짝하면 해결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막상 용기도 나지 않았다. 2월까지 끝내야 할 토익 책을 뒤적거리다 짜증나서 덮어버렸다.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후련하게 남은 일을 해나갈 줄 알았는데, 진절머리 나도록 하기 귀찮고 미루고 싶다. 돈 쓰는 것도 마음이 불편한데, 겁나서 알바도 못하고, 하나 남은 토익은 너무 하기 싫고, 마음은 너무너무 혼란스럽다. 그래서 인지 아침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남자친구랑은 대판 싸웠다. 내 칭얼거림이 과함이 문제였던건지, 할말 없게 만드는 내 말투가 문제였던건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알고 싶지도 않다. 두통에 마음까지 갑갑한 오늘, 그렇게 본인도 날을 세워야 했을까. 난 우울하단 마음 달래주려고 애교도 부렸고, 기분이 나아졌음 해서 혼자 라디오 꽁트까지 했었는데. 어쩜 나한테 그럴 수 있지? 내가 돼지도 아니고 맛있는 거 먹으면 답답함이 다 사라질 줄 알았을까. 달래도 봤고 해결하자고도 했다고 하니 할말이 없었다. 덤으로 난 상대방 생각 단 한번도 하지 않고, 할말 없게 만드는 여자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머리가 더 지끈지끈 거린다. 사과 하고 싶지도 화해 하고 싶지도 않다. 어디 니 쪼대로 해보시지
11월 까지만 해도 반짝거리던 내 삶이, 왜 이렇게 시들시들 해졌을까. 정말 이건 토익 때문일까? 아님 곧 있을 압박감 때문일까? 안부를 물어주던 분들의 메일이 오지 않아서 일까? 친구들을 만나지 않아서 일까? 내가 정했던 1년이 끝나가서 일까? 답답하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근데 맘 놓고 쉬지도 못한다. 닦지도 않은 누덕누덕한 안경을 끼고 노트북을 켰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나아질까봐. 그런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내 반짝임, 윤이 나는 내 활력. 어서 돌아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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