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대모험 독서 에세이
양심고백합니다
위스키는 발렌타인과 산토리하이볼, 보드카는 스카이 체리 인퓨전 극호, 칵테일은 바카디151이 무조건 들어가는 카타르시스, 백주는 수정방, 사케는 따뜻한 다이긴조, 와인은 드라이한 거 또는 달콤하다면 포트와인 종류로, 전반적으로 도수가 센 술을 좋아하고, 알콜향이 강한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주는 잘 안먹지만 굳이 마신다면 처음처럼이나 청하 정도
스무살 이후 10년 간 마셔오며 나름의 술 취향들을 정해오며 살았다. 실제로도 좋아하는 술이긴 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남들이 취향을 물었을 때 곧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 미리 Pick 해놓은 리스트이기도 하다. 바에 갔을 때 내가 아는 술이 메뉴에 있으면 안도한다. 가끔 아는척도 한다. 반대로 모르는 술이 있을 땐 괜히 긴장된다. 제발 나한테 묻지마라... 하는 마음도 생긴다.
위스키나 와인에 대해 줄줄 읊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부러운 마음에 두어번 책을 들여다 보았지만 오크통 종류부터 설명하는 서적들을 감당하기엔 내 인내심이 부족했다. 급한대로 북부 와인과 남부 와인(지역), 달콤한 와인과 드라이한 와인에 붙는 보편적인 이름들을 외웠다. 다른 술도 마찬가지. 그 누구도 나에게 지식을 강요하진 않았지만, 그 왜 그런거 있지 않는가. 술의 종류를 구분하고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어른스러운 모습. 조금은 주변 사람에게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에 얄팍한 지식으로 술을 마셨었다.
여기까지 혹시 공감이 되시는 분? 그렇다면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술의 종류도 정말 많고 지역에 따라 변형된 것도 많고 지금도 한가지 술에 여러가지 버전이 생기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보면 위스키와 보드카는 다른 술이다. 그런데 이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쉬 위스키, 버번 위스키, 일본 위스키, 캐나다 위스키 같은 지역 술로 나눌 수 있다. 게다가 스카치 위스키에는 제조 방식과 재료에 따라 싱글 몰트, 싱글 그레인, 블렌디드 몰트, 블렌디드 그레인,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눌 수 있다. 이런걸 술 몇잔 마셔보고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여튼, 이 당연한 상황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수 많은 술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하고 짧은 글, 몇몇 브랜드를 추천받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한 게 바로 지금 소개하는 <애주가의 대모험>이다.
다양한 술의 종류
책은 5페이지 분량으로 각 종류별 술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일년 내내 세계여행을 하며 술을 알아본다는 컨셉을 가졌는데, 그래서 월 별로 어울리는 술을 테마로 잡아서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읽는 시점이 몇 월인지에 따라서 의미를 두면서 읽는 것도 재미가 있다. 또 특정 지역의 대표 브랜드들도 알려줘서 미리 메모해놓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술의 구분이 필요한 것들은 분류에 초점을 두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면 그 술을 먹는 문화권의 술 문화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소주 파트에서는 주도를 설명했었다.)
365일 주 별로 술을 소개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술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예를들어 막걸리는 없다. 이렇게 몇몇 술은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좀 아쉽긴 했다. 동양권에 초점을 맞춘 도서가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와인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하지 않는다. 프루노나 셰리주, 포트와인의 구분 정도? 하지만 술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프루노나 셰리주 이런거 어디 들어보지도 못했었으니까.
여담인데 분위기에 어울리는 술이 궁금하다면 독립서적인 <잔이 비었는데요>를 같이 읽는 걸 추천한다. 이 책은 작가가 자기의 기분과 상황을 설명하면서 곁들이는 술들을 소개한다. 술에 대한 내용은 <애주가의 대모험>으로 이해하고, 술에서 느껴지는 정취는 <잔이 비었는데요>로 느끼면 찰떡콩떡이다. <애주가의 대모험>은 술에 대한 정보 공유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술의 정취랄까 술을 즐기는 분위기의 문장은 느끼기 어렵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바로 그 날 마트에 들러서 발렌타인을 사서 까마셨었다.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마트의 술들을 어떻게 다 알고 구분하겠냐만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서 주류 코너를 헤집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파트를 읽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짧은 템포로 서서히 알아가면 될 것 같다. 야호 나도 드디어 술을 편하게 대하게 되었다고!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 주요 술 종류 요약
아까도 살짝 언급했듯 몇몇 술은 정리하면서 읽으면 더 이해가 쉽다 (특히 위스키). 그래서 이 책과 위키피디아랑 번갈아 보면서 몇몇 술들은 포스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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