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 독서 에세이
김신지 작가 <평일도 인생이니까>에 대한 독서 기록입니다. -2022. 03. 07
김신지 작가의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책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대학내일에 있던 적도 있어서 남모를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었을 당시에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최근 읽으면서 이렇게 소름끼치는 책은 처음이라 느꼈다. 30대가 되고 나서 느끼는 나의 질문과 생각들이 너무 비슷해서.
내가 요즘 중요하게 느끼는, 책에서 말하는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바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생각을 전환하는 법이라던가(마음가짐), 하루하루를 인생의 한 순간으로 의미부여하는 것이라던가, 나를 위한 일은 스스로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던가, 스스로를 잘 아는 것에 대해서, 돈이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
친한 친구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험으로 막연히 알게 된 것들을 김신지 작가는 산뜻하게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친한 친구랑 하고 싶던 이야기였다. 이럴 때 책을 읽으면 작가의 지인까지도 내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한다. 내가 여러 사람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 작가와 작가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답을 해준다. 우리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고민하는 내용에 대해서,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던 내용을 잘 짜여진 문장으로 선물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에게 알려주고 싶다. '네 이야기가 내 이야기라고!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글을 써줘서 너무 고맙다고!' 소름돋게 몇몇 글은 내가 쓴 글의 주제랑도 맞닿아 있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주제는 이런 것들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나를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만족감과 행복한 감정을 주는 방식을 생각해야된다는 걸. 외로움과 결핍은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자라게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걸. 나의 의지가 타인에게 강박이 되기도 한다는 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행복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는 걸.
💜 추천하는 목차와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35P)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까? : 돈과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공감이 되었고, 좋아하는 일에도 좋기만 한 건 없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도 좋은 점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60P) 어른이 되어 좋은 게 있다면 : 살아오면서 비어버린 개인의 결핍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가 살아내면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행복을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익힌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93P) 평일도 인생이니까 : 인생을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순간과 그렇지 않는 순간으로 스스로 재단해버린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던 글이었다. 숱한 평일을 지우며 살아오고 인생을 버리고 있던건 나였다
(104P) 어디든 내 방이라고 생각하면 : 스스로가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는 환경을 '나를 위해'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 이게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무릎을 탁 쳤다
(154P) 두 번 해도 좋을 것들 :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보고, 같은 장소에 두 번 가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257P) 좋을 때다, 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 지금 내가 얼마나 찬란한 젊을 날은 보내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었다, 시간은 흘러간다 정말 조용히 흘러가고 시간의 흔적들이 나를 만들어 낸다
(278P) 엄마와 운전 : 내가 알아서 잘 큰거라 믿었지만, 그 속에는 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내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은 엄마가 있지 않았을까?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글이었다
선명한 필터를 씌워준
나는 지금 인생에 대해, 일에 대해, 돈에 대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정의를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 비슷한 고민을 하던 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문장을 참고하면 흐릿했던 정의들을 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한 깨달음을 준다던 지,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던 지, 의지를 심어주는 책은 아니다. 다만 삶에 대해 여러 의문이 생긴다면 가볍게 읽어보기 좋을 것이다.
책 제목은 다소 야근에 반기를 드는 반항아적인 모습이지만 실제로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친절하고 사려깊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삶의 2막을 여는 참고서라고 얘기하고 싶다. 삶에 대해 여러 궁금증이 생길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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