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버려 종양군(滾蛋吧!腫瘤君) 영화 리뷰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꺼져버려 종양군> 마치 '다세포소녀'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같은 느낌의 제목이라 사실 보기가 꺼려졌었는데, 평도 나쁘지 않았고 중국 박스오피스 1위라는 말에 덜컥 예약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낙천적이고 밝은 여주인공이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무엇을 준비하는지- 계속해서 무엇을 하려는지-를 보면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내 인생의 최고의 영화는 인터스텔라,지만 이등 자리는 꺼져버려 종양군에게 줘도 될 것 같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작품은 널렸지만 감정선을 잘 살린 대사와 순간적인 상황을 잘 묘사했기 때문에, '삶은 한번이야'라는 뻔한 주제에서 쉽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그럼에도 살아내는 전형적인 사람이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 늘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있고, 그 빛을 잃지 않고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지금의 순간을 감사로 여기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춤을 춘다. 죽기 직전까지 다 해보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녀의 소중한 하루를 매일매일 살아내고 있었다. 그 유일한 증거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이 어렸을 때 사고로 죽은 강아지를 떠올리며 다시는 내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사랑하고 아파하고 잃어가는게 인생의 과정이고 이를 겪었을 때 인생을 알게 된다고-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여주인공은 마지막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잃는 것을 두려워해서 소중한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사실 두사람의 로맨틱한 사랑의 이야기는 아님) 그러나 아픔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중한 자신의 삶을 그녀의 방식대로 살았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살아내었기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걸꺼다. 你是我一生中只会遇见一次的惊喜。 죽음의 순간 사람들은 오열하지만 오히려 그날의 공기는 차가워진다. 갑자기 뭔가 멍해질 때, 뭔가 떠오르진 않는데 머릿속이 반짝일 때, 그 때가 그녀의 마지막이었다. 연애에서도, 누구는 만남에서도 헤어짐이 슬픈 이유는 다시 만남을 통해 얻었던 감정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지 때문이라 한다. 계속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소유의 박탈, 그러나 멈추지 않는 눈물의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애정을 줄 수 없다는 존재의 소실일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핸드크림, 생일선물로 줬던 자작곡 인형같이, 존재의 흔적들은 죽음의 사실을 더 명확하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그런 감정선들을 잘 살렸다. 특히 모태의 공간인 엄마에게 안겨 어릴때처럼 입술을 만지며 잠드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죽음이라는 큰 두려움 앞의 작은 인간의 근본적인 행동이었다. 희망을 가지고, 냉정을 찾지만, 동시에 느끼는 두려움을 피해 태초에 나를 보호해주던 깊은 곳으로 떠나 안정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말이다. 우정과 사랑, 가족애를 동시에 담아내었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걸 증명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웃고 울 수 있었다. 마지막은 본인이 직접 만든 장례식으로 끝이난다. 자신에게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더이상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앞으로 내가 당신들을 지키겠다는 사랑, 그리고 소중한 일생(一生)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이 있었다. 죽음의 이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죽기 직전의 추억을 간직해달라는 그녀의 당부는 어쩌면 정말 한 삶을 통찰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정방향이 아닌, 무덤에서 요람을 보는 역의 방향으로 보았을 때의 삶은, 죽기 직전까지의 추억과 의미, 사랑이 가득한 하나의 일기장이라는 것을.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예전에 친구가 유럽에서 장례식을 춤을 추며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 말을 물었던 일이 생각난다. "저 사람들은 장례식인데 왜이리 기뻐하죠?" 같이 카페에 있던 종업원이 친구에게 되물었다. "일생을 즐겁게 보내다 떠나는건데, 축복해주어야 할 일이 아니면 뭐지?" 아, 인생은 하나의 소풍이라고도 했었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좀 더 내 삶을, 내 식대로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첫번째로 할 일은, 장례식 영상만들어보기 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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