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평온한 오후
동글이가 지난 금요일 부산에 내려갔다. 금요일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토요일엔 당직 근무가 있었다. 오후 다섯시까지 부지런히 일을 끝마치고, 동네로 돌아와서는 미뤘던 염색을 했다.
(tmi 앞머리를 잘라달라고 얘기했는데, 중학생 셀프 앞머리가 되었다.)
이후에는 저녁 카페를 가려했는데, 귀찮아서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락앤락에 다시 넣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부지런히 집을 치웠다. 그리고 홈카페를 차려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따뜻한 고디바커피, 포키, 가지를 자른 극락조와 함께.
지금은 책을 내려했던 29살에서 60일이 지난 날이고, 결혼이 60일 남은 상황이고,
1년 간 새로운 팀에서 지냈던 내가 평가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팀장과의 기싸움에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2월 한 가운데의 나는 여러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먼저 쳐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견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금-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면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는 거다! :)
바쁘기도 하지만, 사실 이 정도 여유는 언제든지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tv/게임 켜놓지 않고 조용히 생각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는 아닌가?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해봄직 했는데 오늘에서야 이런 시간을 가진게 아쉽기도 하다.
뭐 앞으로 다른 해야 할 일에 치이지 않고 더 자주 챙기면 되겠지.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이렇다.
결혼식 전 다이어트, 결혼식 전 청첩장 나눠주기(약속 잡기), 결혼식 신혼여행 계획/쇼핑 리스트,
2019년 나의 평가와 인센티브, 글 쓰기, 유투브 시작하기, 마케팅 업무 준비, 팀에서 잘 지내기,
책 많이 많이 읽기, 많이 기록하기, 기타 배우기, 피아노 배우기, 중국어 다시 시작하기, 영어 배우기
이렇게나 많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나 많다. 끝으로 가면 갈수록 내가 이루고 싶은 일들이 저렇게 많은 데,
이제서야 시간을 냈다니 원.
작년에는 일에 적응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나를 증명하려고 애썼다면(일부러 회식 자리까지 남았다면)
올해는 내 것좀 챙기면서- 틈틈이 내 생각의 인풋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매번 경주마처럼 달릴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기 위해서. 동글이가 나한테 늘 얘기하듯, ‘하는 척’은 언제나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동글이랑도 회사 생활에 대해, 스스로 인풋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동글이와의 대화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토론하는 느낌이라면,
혼자만의 대화는 의사결정에 가까운 마음 가짐을 가지게 한다.
마음을 먹었다면- 계획을 세워야 겠지.
앞서 말한 내 관심사를 시작하고, 해내는 순간들이 무사히 블로그나 유투브에 차곡차곡 쌓였음 좋겠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새로운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충만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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