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독서 에세이
김민섭 등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독서 리뷰
정지우 작가의 책을 읽고 홀딱 빠져버린 뒤 연이어 읽게 된 책이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 되다'라니, 어쩜 문장이 이렇게 깔센할까! 너무 멋진 제목에 홀려 내용을 알아보지도 않고 구매했다. 호기심과 섹시함이 잔뜩 뭍은 제목에 비해서는 조금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재미는 있다, 그냥 평범할 뿐?
요새 유튜버들이 합방하면서 서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콘텐츠를 만들지 않나? 딱 그 취지의 작가 버전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영리하게 연대하는 작가들이랄까? 책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글감을 정하고 글감에 대해 각자 1편 씩 써서 엮은 내용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글감은 '언젠가, OO'로 정해져있다. 아무튼 시리즈랄까, 아직/가끔/아무튼 OO 같아서 조금 유치하게 느껴진건 비밀.
나의 언젠가를 떠올리는 문장들
글감은 고양이, 작가, 친구, 방, 푸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 그 쓸데없는 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맨 처음, 김민섭 작가의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이다. 언젠가 겪었던 작가의 경험과, 당시 느꼈던 감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담담하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장이 나의 언젠가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 글을 읽자마자 우리집 고양이 <아리>에 대해 썼다. 비록 그럴싸한 '언젠가 고양이' 글을 쓰는데는 실패했지만ㅠ 그 외에도 마음에 드는 글들이 몇 있었는데, 이 책에는 여러 작가들이 있으니 이 부분은 생략!
2023.11.14 - [글/시선집] - 언젠가 꿈을 꾸는 고양이
시장에서는 이 책을 좋아서 모인 작가들이 쓴 '그때 그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연작집'이라고 소개했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 환기를 엿보며 자신의 삶을 확장시키는 모습은 내가 에세이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이런 신선함을 책에서 내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컨센서스가 안맞는 글감들
근데 다른 글들은 별 재미를 못느꼈다. 기본적으로 글도 잘쓰고, 베스트셀러 보유에,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쓴 글임에도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아니라 오히려 거슬렸던 부분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주어진 글감과 실제 글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글들도 꽤 있었고, 어떤 글들은 글감에 대한 생각의 흐름으로만 전체의 70%를 채웠다. 몇몇 글들이 그렇게 튀어버리는 바람에, 좀처럼 책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오케스트라로 치자면, 주변 악기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 방식의 연주에만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뒤죽박죽이라는 책이라는 인상만 남았다.
최소한 연작집이라면 작가들끼리 글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한 후에 써야했지 않았을까? 회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걸 <컨센서스>라고 부른다. 각 구성원들은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합의를 하는 것이다. 나중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혼란의 카오스가 생기지 않기 위해. 그런 의미에서 이 연작집은 컨센서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컨센서스 없는 '단어'로만 글감을 뿌리고 쓴 글을 '연작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감을 맞추는게 창작에 제한을 두는거라면, 최소한 글감을 제시한 사람의 선정이유는 공유하고 책에서도 담아야 했다. 작가들의 드넓은 창작력만큼 글감이 지나치게 폭넓게 사용된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 책이 안맞았던 것 뿐이다. 여기 작가 모두의 정보를 다양하게 알고 있는(취미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사람이라면, 작가들의 개성있는 글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문보영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상상력 친구인 '뇌이쉬르마른'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섹시한 타입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시한 이성이었다.. 이게 내 한줄평
'글과책 > 서평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토리 노트 독서 에세이 (1) | 2023.11.20 |
---|---|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독서 에세이 (1) | 2023.11.20 |
미합중국독립선언서 독서 에세이 (2) | 2023.11.20 |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독서 에세이 (2) | 2023.11.20 |
오늘의 단어 독서 에세이 (1)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