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독서 에세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독서 에세이
2024.02.2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김신지 작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독서 리뷰어렸을 땐 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생활계획표를 짰다. 어린 마음에도 나름 어느 정도의 '균형'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이만큼 놀고, 이만큼 공부, 틈틈이 심부름, 다시 이만큼 놀고⋯ 나의 즐거움을 챙기는 것과 생활을 돌보는 적당한 의무를 잊지 않던 나날. 그때처럼 시간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려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언젠가부터 시간이 사라졌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벌면 그 돈으로 다시 시간을 사길 반복했다. 직장인의 책임감으로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시간을 바치기도 했다. 열심히 사는 삶은 좋은 것이라 배웠는데, 왜 그럴수록 내 삶은 소홀해지는 기분이 드는 걸까. 나를 이루었던 수많은 다정을 바쁘다는 이유로..
게임이 잘났지 내가 잘났냐
게임이 잘났지 내가 잘났냐
2024.02.17'흑마법사의 계략으로 버섯으로 변해버린 인간이 본래 모습을 찾아 흑마법사를 무찌르기 위해 떠나는 여행' 컨셉의 중국 게임이 국내 게임 매출 1등에 올랐다. 간혹 미소녀 게임이 리니지의 왕좌를 위협한 경우도 있었으나 IAA(인앱광고: 광고를 시청하고 보상을 얻는 방식)를 탑재한 게임이, 그것도 중국 느낌이 묻어나는 게임이 매출 1등을 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게이머들은 은근히 이 소식을 통쾌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작년에 신작을 런칭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견고했던 MMORPG의 성벽이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리니지가 시장의 최고 전성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딱 그 시점부터 게임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나는 리니지라이크 중심으로 게임 사업을 배웠다. 특별히 그 장르에 내가 탁월했다기보다..
느낀점? 궁금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어
느낀점? 궁금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어
2024.02.06나는 전형적인 예술병을 가진 굼벵이 작가다. 이따금씩 '어떻게 이런 걸 썼지?'하고 스스로 감탄하는 에세이를 쓰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내가 원할 때 아주 간헐적으로만 글을 써오며 스스로에게 취하는 삶을 보냈다. 그러다 작년 11월부터 부지런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 플랫폼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달 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내 글을 알리기도 힘이 부치는 한미한 형편이다. 맘만 먹으면 바로 인기 작가로 등극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인생은 실전이야⋯ 내 경우 이야기를 짓는 재주가 부족해 주로 에세이를 쓰는 편이다. 다만 번뜩이는 글감이라는 것은 매번 찾아와주는 건 아니라서, 읽고 있는 책을 에세이 형태로 쓰는 것을 정기적으로 시작했다. 책의 주요 메시지를 바탕으로 나만의 생각을 재구성해서 쓰는 글이었..
내가 남평 문씨 귀족 영애라고?
내가 남평 문씨 귀족 영애라고?
2024.01.30피로에 지쳐 잠들었다 깨어난 곳은 황족 방계 문 에르메스 가문? 그리고 내가 하나밖에 없는 영애 디아나라고? 라는 세계관이 있다면 꼭 한번 환생해보고 싶다. 이세계 애니를 많이 봐서 그런지 서른이 넘은 지금도 종종 귀한 가문의 자제로 살아가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과자를 구울지 고민하는 게 주요 일과가 되는 태평한 삶이다. 몇 달 전 뜨개질에 빠졌을 때 동료 R과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뜨개실 사러 스위스도 가고 일본도 가고. 아무 부담 없이 그냥 가는 거야. 아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꿈꾸는 귀족 영애란 말하자면 시간계의 워렌버핏이다. 돈도 많은데 시간까지 많은 워렌버핏,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신분이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나로부터 내러티브
나로부터 내러티브
2024.01.19영화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자면 '인타임'에서는 모든 가치가 시간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커피 한 잔은 4분, 자동차는 30년 뭐 이런 식이다.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고 시간을 급료로 받으며, 시간이 사라지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영생을 살게 되는 설정이다. 흥미로운 소재라 생각했다. 비유적이지만 시간은 개인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니까. 그런데 만약 비유가 아니라 앞으로 '시간이 값 비싼 가치가 되는 시대'가 진짜로 펼쳐진다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일을 하고 시간을 월급으로 받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우리는 분명히 시간의 선택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기껏해야 VBA 사무 자동화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귀에 딱지..
삶의 발명 요약 필사
삶의 발명 요약 필사
2024.01.04개인 감상에 따라 자유롭게 필사하거나 일부 내용을 요약하여 기록한 포스팅입니다. 서평은 아래 더보기에서 참조된 별도 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삶의 발명 “삶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저자 정혜윤 출판 위고 출판일 2023.10.25 더보기 삶의 발명 독서 리뷰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 링크 추가 예정 프롤로그 내가 무엇을 누리든 그것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또 한 번 주어졌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한가. 나를 통해 묻는 사건이 일어난 것만 같다. 경이롭게 재생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해 슬퍼해준..
야 이 공지 누가 썼냐?
야 이 공지 누가 썼냐?
2023.12.20게이머 사이에는 예로부터 2개의 전설이 내려온다. 하나는 게임 출시한다고 광고는 다 해놓고 막상 들어가면 서버가 터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업데이트라며 기대하라 해놓고 하루종일 임시 점검을 때린다는 거다. ‘서버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또는 ’82ST5(대충 숫자) error’ 같은 팝업창을 보면 ‘역시 그렇지’하면서 오늘도 전설이 맞았음을 깨닫는다. 게시판만 봐도 다들 안된다고 난리가 났는데 이놈의 게임 회사 직원들은 왜 재깍재깍 공지를 올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리다 ‘공지 떴다’ 말을 듣고 보면 ‘현재 확인 중입니다’는 짧은 내용만 올라와있다. 도대체 게임을 운영할 생각이나 있는 걸까? “이런 공지는 도대체 누가 쓰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게 나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바로 ..
뜻밖의 좋은일 독서 에세이
뜻밖의 좋은일 독서 에세이
2023.12.16뜻밖의 좋은 일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독보적인 에세이스트 정혜윤이 전하는,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뜻밖의 좋은 일』.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무기를 책과 사람에서 찾은 저자가 더욱 단단해진 마음과 세련한 목소리로 인생에 뜻밖의 좋은 일을 가져다준 비밀스러운 책의 목록을 우리에게 건넨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삶이 무거울 때, 현재와 미래가 걱정될 때 저자는 책을 통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달래고, 은밀히 격려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버티고, 집요하게 미래를 위한 소원을 품고, 슬픔을 잠으로 바꾸고, 꿈을 꿨다. 저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국내외 소설들을 통해 독자들 역시 지혜와 삶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정혜윤 출판 창..
성실함의 문장
성실함의 문장
2023.12.06어릴 때 라는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다. 거기에는 선택받은 아이들이 8개의 문장을 가지고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디지몬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인공은 용기의 문장, 라이벌은 우정의 문장, 히로인은 사랑의 문장… 막내들은 희망과 빛의 문장을 가진다. 나는 특히 순수의 문장을 좋아했다. 문장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키워드같아서, 나도 그런 문장을 줄곧 가지고 싶어 했다. 그 중에는 가지기 싫었던 문장도 있었다. 바로 정석이라는 캐릭터의 이었다. 왜 싫어했냐고 묻는다면, 성실은 왠지 하찮아보였다. 타고난 대단한 능력같은게 아니라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겨우 노력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성실은 그렇게 노력한 사람에게 마지못해 쥐어주는 명예훈장같은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나는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독서 에세이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독서 에세이
2023.12.06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타임 매거진〉 기사에 따르면 인간은 매일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결정에 직면한다고 한다. 그 수가 하루 평균 35,000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민하는 존재’,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그중에는 어떤 색 옷을 입을지 혹은 어떤 음료를 마실지 같은 소소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를 진짜 고민하게 하는 것은 결혼, 출산, 취업, 이직, 독립 등과 관련된 인생의 중대사들이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문제들을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인생의 갈림길 같은 것으로, 어느 쪽이 옳은지도 분명하지 않고 이 길을 택했을 때 다른 길의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으며 지금의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내 미래 또한 결정한다. 가..
관계의 온기
관계의 온기
2023.11.141 누구에게나 온기가 있다. 모두 소중한 사람과 포옹하고 사랑한다 속삭이며 살아간다. 남이 보는 온기의 정도는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 정도면 정이 많은 편 아닌가'라 느낄만한 각자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 주장은 성선설이고, 인류애이며, 순정이 있는 깡패 곽철용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모두가 다정한 눈빛을 가지고, 남을 위해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을 산다고 믿는다. 2 그러나 종종 집 밖을 나서면 온기에 대한 믿음들이 산산조각난다. 나를 반기지 않는 작은 적에게 상처 받고, 남을 반기지 않는 나를 보며 실망하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한 오늘을 떠올리며 집으로 터덜터덜 걷는다. 건강한 마음으로 큰 그릇으로 모두를 품고자 했으나, 타인의 온기에 영향을 받는 나는 너무나 미숙하다는 것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2023.11.14찰리 채플린이 그랬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씁쓸한 문장이다. 같은 말인데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가까이서 본 삶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하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인생은 희극적일 수 있다. 오늘 바라본 오늘 치의 삶은 슬프거나 비극적일 수 있지만, 먼 훗날 바라볼 때의 오늘은 쿡쿡 거릴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느끼는 어려움을 폄하하거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주문 같은거다. 이 어려움은 곧 끝날 것이고, 그땐 웃으며 시간을 흘러보낼 수 있으리라. 무엇인 지는 몰라도 값진 것을 얻을거라고. 요즘 한쪽 끈을 놓지 못하고 염려하는 나를 위해 키보드를 꾹꾹 누르며 메모를 남긴다. 끝은 꼭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간은 정말 곧 끝날..